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북아현뉴타운 북아현3구역. 이달 말 총회를 열어 현금청산자들의 조합원지위 회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경DB
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 북아현뉴타운 북아현3구역. 이달 말 총회를 열어 현금청산자들의 조합원지위 회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경DB
재개발조합들이 잇따라 현금청산자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조합원 분양신청을 포기하고 사업에서 중도 하차했던 이들에게 새 아파트 배정 기회를 다시 주기로 한 것이다. 청산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면 분쟁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데다 비용 지출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다.

◆청산자 끌어안는 조합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재개발조합은 오는 28일 임시총회를 열어 현금청산자 구제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청산자의 조합원 자격 회복을 명문화하는 조합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다. 조합원 1852명 가운데 3분의 2(1235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산자들의 재개발사업 재합류 근거가 마련된다.

이 구역은 청산자가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28%가량이다. 2012년 조합원 분양신청 당시 2589명 가운데 737명이 분양신청을 포기해 청산자로 분류됐다. 다른 재개발구역들의 청산자 비율이 10% 중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지난 5월 열린 총회에서 청산자들에게 재분양신청 기회를 주도록 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참석 조합원 1157명 가운데 1056명(91.4%)이 동의했다. 북아현3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자 비율이 높아 서대문구청에서도 조합의 수용을 바라고 있었다”며 “조합원들 입장에선 향후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청산자들은 과거 의사결정을 물릴 수 있어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집코노미] '현금청산자 돌아오라'…새 아파트 주겠다는 조합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이주를 앞둔 연희1구역도 청산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가재울뉴타운 인근인 이 구역은 애초 토지 등 소유자 523명 가운데 224명이 조합원분양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합원 87%(199명)가 동의해 청산자들에게 분양신청 기회를 다시 줬다. 결국 청산자의 70%(156명)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하면서 재개발사업에 막차로 합류했다.

최중오 연희1구역 조합장은 “짧은 기간 동안 재분양신청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청산자들이 조합원이 되는 걸 선택했다”며 “과소필지를 소유한 경우 등 법으로 구제 불가능한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산자가 분양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철거를 준비중인 이문3구역은 일찌감치 청산자들에게 분양신청의 기회를 열어줬다. 지난해 말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오는 11월~내년 상반기 중 조합원 재분양을 할 예정이다.

◆“분쟁 소지 줄여 속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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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은 재개발사업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새 아파트 대신 돈을 받고 사업에서 빠지는 절차다.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감정가격 등을 기준으로 돈을 받는다. 재개발을 반대했더라도 일단 조합이 설립되면 강제로 조합원이 되기 때문에 조합원 분양 기간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에서 빠진다.

조합이 청산자를 다시 사업에 포함시키는 데는 복잡한 속내가 얽혀 있다. 이들이 앞으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어서다. 한 재개발구역 조합장은 “청산자들이 많은 구역은 지출해야 할 보상비가 많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적잖은 부담”이라면서 “이주 과정에서 협조도 원만하지 않기 때문에 이자비용 지출이 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안 좋을 때 청산을 택했던 이들 입장에선 최근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조합에 협조할 이유가 더욱 줄어든다”며 “청산자들을 끌어안는 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갈등 요인을 제거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최근 청산자들에게 분양 기회를 열어준 조합들은 대부분 십수년째 사업이 멈춰있다가 2~3년새 탄력을 받은 곳들이다. 연희1구역은 사업 추진 17년 만인 올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사업시행계획인가부터 관리처분까지만 9년이 걸렸다. 북아현3구역은 2011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지만 시한 만료로 실효된 상태다. 집행부를 교체한 조합은 사업 밑그림인 재정비촉진계획부터 다시 짜는 중이다. 이르면 내년 6월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아현동 A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30%가량이 손바뀜됐을 정도로 투자자가 많은 편”이라며 “청산자들에게 분양자격을 주는 안건의 동의율이 높았던 건 사업 정상화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향후 분쟁 소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청산자들에게 새 아파트를 주는 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들어 조합원 전체의 분담금이 증가한다. 일부 조합원들의 재당첨제한 문제도 생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에서 이미 조합원분양을 받은 경우 다른 투기과열지구 재개발·재건축 분양신청을 5년 동안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청산자를 받게 되면 조합원 전체가 재분양을 해야 한다”며 “재당첨제한을 피하기 위해 입주권을 매수한 이들의 경우 재분양이 이뤄지면 재당첨제한에 걸려 졸지에 분양자격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