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경기가 3년 만에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제조업 경기마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이어 또 다른 강력한 침체 신호가 미국에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전쟁' 상처 드러나는 美 경제…제조업 경기 3년 만에 '위축'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1로 전월(51.2)보다 하락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업 구매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PMI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수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ISM 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2016년 1월(48.2) 후 3년7개월 만의 최저다.

주요 경기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PMI가 50을 밑돌면서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선 다우지수가 285.26포인트(1.08%) 하락했다. 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연 1.429%까지 떨어져 2016년 7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티머시 피오레 ISM 회장은 “35개월간 이어지던 제조업 PMI 확장 국면이 끝났다”며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역분쟁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의류 식품 등 수천 개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ISM 보고서는 한 컴퓨터 및 전자제품회사 관리자를 인용해 “관세가 공급망과 경제 전반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PMI의 세부 지표 가운데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8월 43.3까지 떨어져 2009년 4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미국의 8월 제조업 PMI도 50.3으로 전월(50.4)보다 하락해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아졌다.

PMI가 50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반드시 침체가 오는 것은 아니다. 2012년 2016년에도 위축 국면에 들어갔지만 침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무역분쟁이 격화한 뒤 각종 경기지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장단기 금리 역전에 이어 제조업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며 “이런 침체 신호를 다 무시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제성 뉴욕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역 둔화에 이어 제조업도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서비스와 고용까지 흔들릴 경우 미국 경기를 지탱해온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7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심리는 흔들리고 있다. 미시간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의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9.8로 전월의 98.4에서 급락했다. 하락폭은 2012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미·중 무역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제조업 경기 악화는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영국 독일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제조업 PMI는 이미 위축 단계에 들어갔다. 유로존의 8월 제조업 PMI는 47.0으로 8개월째 50을 밑돌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