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로 출범한 것이 일자리위원회다.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높이겠다는 게 위원회 목표다. 하지만 2년간 54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고용 상황이 최악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위원회를 왜 만들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 직속 기구라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달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데 위원회가 큰 그림은 그리지 않고 공공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위원회는 12차 회의에서 환경·디자인산업 등을 육성해 2022년까지 일자리 5만5000여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하천 정화와 미세먼지 감시 같은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부처별 대책을 모아놓은 ‘짬뽕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 하니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라는 게 ‘세금 일자리’ 늘리는 것밖에 없다. 지난 7월 실업자는 20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고,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7월 취업자수가 30만 명 가까이 늘었지만 재정으로 떠받친 ‘노인 일자리’가 21만 개였다. 그런데도 내년에 ‘단기·공공 알바’와 노인 일자리에 3조원 가까이 투입하겠다고 한다.

일자리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라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과 같은 해에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법인세를 인하하고,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실업률을 10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뜨렸다. 노동규제를 완화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신산업 관련 족쇄만 풀어도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이제라도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