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려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우리나라가 포기해야 하는 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도국 포기 얘기를 감히 꺼내지도 못할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WTO에서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26일 중국 한국 등 개도국이라고 보기 힘든 나라들이 부당하게 개도국 지위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자국 무역대표부(USTR)에 개선 수단 강구를 지시했다.

또 90일 이내(10월 23일까지)로 WTO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개도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개도국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인데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주장하면 구도가 미국 대 한국으로 바뀌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