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바보다 못 번 사장'에 건보료 488억 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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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두 번 울린 황당 규정
"못벌어도 직원 이상 건보료 내야"
16만명 1인당 30만원 과다납부
"실소득 기준 부과" 개정안 발의
"못벌어도 직원 이상 건보료 내야"
16만명 1인당 30만원 과다납부
"실소득 기준 부과" 개정안 발의
자영업 사업주는 직원보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낼 수 없도록 한 제도 때문에 15만 명 이상의 ‘아르바이트보다 못 버는 사장’이 매년 건보료를 약 500억원 더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합리한 건보료 부과 방식이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영업자의 건보료 납부 현황’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을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2000명에 달했다. 이 법 조항은 자영업 사업주의 신고 소득이 사업장에서 최고 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적으면 해당 직원만큼 건보료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자영업자는 2015년 15만7000명, 2016년 17만3000명 등 매년 15만 명이 넘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오른 점을 고려하면 최근엔 2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실제 소득보다 과다 납부한 건보료는 2017년 487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30만1000원 수준이다. 매출에서 인건비 운영비 등을 뺀 월소득이 30만원이고 직원에게 월 최저임금인 174만원을 지급하는 자영업자는 실소득대로면 한 달 건보료를 2만1000원(회사분 포함)만 내면 된다. 하지만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 때문에 12만2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자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추 의원은 자영업 사업주가 실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도록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국회, '자영업자 울리는' 건보료 체계 손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기 침체로 아르바이트생보다 월소득이 적은 자영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을 속일 것’이라는 편견으로 건강보험료를 무조건 직원보다 많이 내라고 하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입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가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 낸 건의서의 한 대목이다. 이렇듯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린다는 비판이 많았던 건보료 부과 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자영업자에게 실제 소득만큼만 건보료를 내게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의 건보료 부담이 월 수십만원 줄어들게 된다.
직원보다 못 버는데 건보료는 더 내
제도 개선 대상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이다. 현행법은 주 60시간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는 직장가입자로 건보료를 내게 한다. 이때 사업주의 신고 소득이 사업장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적으면 최고 보수자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물린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사장이 직원보다 소득이 적을 리가 없다는 전제로 만든 규정이다.
문제는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추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을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2000명이었다. 전체 직장가입 자영업자의 18% 정도다. 이들이 신고한 소득대로라면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35만3000원의 건보료를 물려야 한다. 하지만 실제 징수액은 65만4000원이었다. 30만1000원씩 더 내게 한 것이다. 과다 납부액 총액은 487억65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최저임금이 29.1% 급등했고, 경기가 작년부터 가라앉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과다 납부 사례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줄었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88.4%에 달했다.
반면 자영업 소득 파악률은 2008년 47.5%에서 2016년 86.1%로 크게 개선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다. 카드 결제의 일반화, 현금영수증 제도 안착, 국세청의 징세 행정 강화 등 덕분이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낡은 잣대로 자영업자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 있다.
건보 재정 악화가 제도 개선 걸림돌
추 의원이 이날 같은 당 의원 11명과 함께 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시행령 38조 전체를 삭제하고 상위법에 ‘직장가입 자영업자의 건보료는 신고 소득을 기준으로 매긴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었다. 원칙적으로 매년 5월 국세청에 신고하는 종합소득세 소득 자료를 기반으로 건보료를 매기고 직원보다 소득이 적고 많은지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자영업자 건보료 부과 기준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면서도 “프랜차이즈 편의점 정도 외에는 여전히 소득 투명성이 떨어지는 점은 고민”이라고 신중론을 펼쳤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소위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8년 만에 당기수지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고 올 1분기 적자 규모가 3946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에게 실소득만큼만 건보료를 물리면 지금보다 건보 수입이 더 줄어든다. 추 의원은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해서도, 자영업자 건보료 정상화를 위해서도 문재인 케어의 속도 조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4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영업자의 건보료 납부 현황’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을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2000명에 달했다. 이 법 조항은 자영업 사업주의 신고 소득이 사업장에서 최고 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적으면 해당 직원만큼 건보료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자영업자는 2015년 15만7000명, 2016년 17만3000명 등 매년 15만 명이 넘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오른 점을 고려하면 최근엔 2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실제 소득보다 과다 납부한 건보료는 2017년 487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30만1000원 수준이다. 매출에서 인건비 운영비 등을 뺀 월소득이 30만원이고 직원에게 월 최저임금인 174만원을 지급하는 자영업자는 실소득대로면 한 달 건보료를 2만1000원(회사분 포함)만 내면 된다. 하지만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 때문에 12만2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자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추 의원은 자영업 사업주가 실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도록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국회, '자영업자 울리는' 건보료 체계 손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기 침체로 아르바이트생보다 월소득이 적은 자영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을 속일 것’이라는 편견으로 건강보험료를 무조건 직원보다 많이 내라고 하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입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가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 낸 건의서의 한 대목이다. 이렇듯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린다는 비판이 많았던 건보료 부과 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4일 자영업자에게 실제 소득만큼만 건보료를 내게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의 건보료 부담이 월 수십만원 줄어들게 된다.
직원보다 못 버는데 건보료는 더 내
제도 개선 대상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이다. 현행법은 주 60시간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는 직장가입자로 건보료를 내게 한다. 이때 사업주의 신고 소득이 사업장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직원보다 적으면 최고 보수자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물린다. 자영업자의 소득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사장이 직원보다 소득이 적을 리가 없다는 전제로 만든 규정이다.
문제는 알바보다 못 버는 사장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추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법 시행령 38조 3항을 적용받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만2000명이었다. 전체 직장가입 자영업자의 18% 정도다. 이들이 신고한 소득대로라면 2017년 기준 1인당 연간 35만3000원의 건보료를 물려야 한다. 하지만 실제 징수액은 65만4000원이었다. 30만1000원씩 더 내게 한 것이다. 과다 납부액 총액은 487억65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최저임금이 29.1% 급등했고, 경기가 작년부터 가라앉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과다 납부 사례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줄었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88.4%에 달했다.
반면 자영업 소득 파악률은 2008년 47.5%에서 2016년 86.1%로 크게 개선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다. 카드 결제의 일반화, 현금영수증 제도 안착, 국세청의 징세 행정 강화 등 덕분이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낡은 잣대로 자영업자를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 있다.
건보 재정 악화가 제도 개선 걸림돌
추 의원이 이날 같은 당 의원 11명과 함께 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시행령 38조 전체를 삭제하고 상위법에 ‘직장가입 자영업자의 건보료는 신고 소득을 기준으로 매긴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었다. 원칙적으로 매년 5월 국세청에 신고하는 종합소득세 소득 자료를 기반으로 건보료를 매기고 직원보다 소득이 적고 많은지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자영업자 건보료 부과 기준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면서도 “프랜차이즈 편의점 정도 외에는 여전히 소득 투명성이 떨어지는 점은 고민”이라고 신중론을 펼쳤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소위 ‘문재인 케어’로 건보 재정이 빠르게 악화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8년 만에 당기수지 적자(1778억원)를 기록했고 올 1분기 적자 규모가 3946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에게 실소득만큼만 건보료를 물리면 지금보다 건보 수입이 더 줄어든다. 추 의원은 “건보 재정 안정을 위해서도, 자영업자 건보료 정상화를 위해서도 문재인 케어의 속도 조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