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 시행되기 전에 이를 결정할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대상 공개는 기업에 핵폭탄"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주주권 행사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자격 요건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전문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수탁위 구성에는 정부와 이해관계자 대표가 참여해 외부 영향력에 취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탁위는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한 14명(사용자 추천 3명, 근로자대표 추천 3명, 지역가입자대표 추천 3명, 연구기관 추천 2명, 정부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박 선임연구원은 “수탁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대상군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와 책임 투자 관련 영역에서 상당 기간 활동한 학계 인사, 법률가 및 회계전문가, 금융투자 영역에서 상당 기간 종사한 시장전문가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 공개 확대 등 강력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공개되는 것이 핵폭탄이나 다름없다”며 “비공개 대화의 대상을 넓히되 민감한 결정에 대해선 절차의 객관성과 비밀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한국은 대선 공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이사 해임이나 기업의 자본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주주권 행사로 기업의 반발을 사기보다 그 이전 단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청회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용역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공청회를 거쳐 이달 열릴 예정인 7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안을 논의한다는 것이 복지부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