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세이퍼시픽 CEO 이어 회장도 사임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존 슬로사 회장(사진)이 사임하기로 했다. 슬로사 회장은 그동안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 문제로 중국 정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슬로사 회장은 캐세이퍼시픽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는 11월 6일 물러나기로 했다. 캐세이퍼시픽 최대주주인 스와이어퍼시픽 중역을 지낸 패트릭 힐리가 회장직을 물려받을 예정이다.

슬로사 회장 사임은 지난달 루퍼트 호그 캐세이퍼시픽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의 홍콩 시위 참여와 관련해 책임지고 물러난 데 이은 것이다. 지난달 5일 캐세이퍼시픽 직원 2000여 명은 송환법 시위대가 주도한 총파업에 동참했다. 그 여파로 항공기 수백 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이후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은 캐세이퍼시픽의 미흡한 대응으로 항공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밝힌 모든 직원을 중국 본토행 비행 업무에서 배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호그 CEO는 직원들에게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홍콩 정부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물러나게 됐다. 당시 캐세이퍼시픽 측은 성명을 통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홍콩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슬로사 회장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