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데이턴미술관 소장품 보존처리 지원
금박병풍 '해학반도도', 미국 유출 90여년만에 공개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금박 그림은 작년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공개된 미국 호놀룰루미술관 소장품 한 점뿐이라고 알려졌다.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인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로, 12폭 병풍에 바다·학·복숭아 등을 그리고 바탕은 금박을 했다.

2006년 보존처리 과정에서 금가루로 쓴 '군선공수임인하제'(群僊拱壽壬寅夏題)라는 글씨가 확인되면서 제작 시기가 1902년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에 또 다른 금박 병풍 '해학반도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콜로키엄을 통해 드러났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공모를 거쳐 지난 6월 데이턴미술관 해학반도도 보존처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7월 1일 그림을 국내에 들여왔다.

재단은 2013년부터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 보존처리 사업을 지원 중이다.

지난달 29일 용인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는 해학반도도 보존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이 유물이 드문 금박 미술품이고, 규모가 유독 크다고 평가했다.

병풍 전체 크기는 가로 734.4㎝, 세로 224.4㎝에 달한다.

차미애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은 "우리나라 병풍 중에서는 아마 제일 클 것"이라며 "대한제국 시기 궁중 병풍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20년대에 일본 방식으로 수리한 뒤 미국으로 갔고, 많이 손상돼 데이턴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간 다음에는 한 차례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내년 11월쯤 보존처리가 끝나면 국내에서 90여년 만에 최초로 전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미술사 연구자인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화법이 특이하고 정교한 작품으로, 혼란기에 사라지지 않고 잘 보관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호놀룰루미술관 금박 병풍을 제외하면 비슷한 유물을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해학반도도 제작 시기가 20세기 초반으로 판단되나, 정확한 시점은 추가 연구를 통해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금박병풍 '해학반도도', 미국 유출 90여년만에 공개한다
데이턴미술관에 따르면 해학반도도는 찰스 굿리치가 1920년대 서재를 꾸미려고 구매했고, 그의 사후 조카가 1941년 9월 12일 브루클린박물관 관계자 주선으로 기증했다.

미술관이 입수했을 당시에는 금박으로 인해 일본 회화로 알려졌고, 병풍 뒷면에 '북송 휘종 어필 육합동춘도 병풍 12폭'(北宋徽宗六合同春圖.屛幅十二條)이라는 문구가 있어 한동안 중국 그림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다 이도 미사토(井戶美里)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교수와 김수진 서울대 박사가 2017년 현지 조사를 시행해 한국 작품으로 분류했다.

해학반도도는 본래 12폭이었으나 1920년대 수리 과정에서 6폭이 됐다.

양쪽 가장자리 두 폭은 너비가 약 100㎝지만, 가운데 네 폭은 너비가 130㎝다.

이렇게 너비가 다른 이유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병풍은 곳곳이 갈라졌고, 땜질식으로 보수한 흔적이 남았다.

12폭을 6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림 뒤쪽에 배접지를 덧대기도 했다.

송정주 고창문화재보존연구소 대표는 "나쁜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돼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수리가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식으로 만든 병풍을 전통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존처리는 없는 부분을 메우거나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현상을 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학반도도 병풍 보존처리는 한국조폐공사 후원금으로 진행된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3월 조선의 어보(御寶)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일부를 국외문화재 보호에 사용하기로 재단과 약속했고, 지난 4월 1억원을 내놓았다.

조폐공사 측은 "국외문화재 보호를 통해 국위 선양과 문화외교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데이턴미술관 피터 더블러 박사는 "보존처리 이후에는 특별전을 열어 유물을 공개하고 수리 과정도 소개할 것"이라며 "호놀룰루미술관 금박 병풍과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