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美 진보주의자들이 극단으로 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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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튼 스와임 더 저널 편집위원
트럼프, 정책·정치 문제에 관해
어떤 것도 제기할 수 있게 만들어
보수진영이 많은 걸 얻은 것처럼
이젠 진보주의자 차례라고 여겨
트럼프, 정책·정치 문제에 관해
어떤 것도 제기할 수 있게 만들어
보수진영이 많은 걸 얻은 것처럼
이젠 진보주의자 차례라고 여겨
무엇이 미국 민주당을 그렇게 좌파 쪽으로 빨리 기울어지게 했을까. 당신은 인구통계학적, 역사적, 경제적, 기술적 등 다양한 지표에 의존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당신이 할 수 없는 것은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간 의료보험 폐지와 소득 상위 70% 세율, 재산에 대한 연간 세금, 고등교육의 사회화, 국경 시행 철폐, 기후변화 퇴치를 위한 국가 경제의 개조 등이 민주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제안되고 논의된다.
이 제안들에 더해서 민주당 사무실 주인들과 그들의 추종자는 거의 매일 급진주의적인 발상을 전시회처럼 선보인다. 가령 ‘맨홀(manhole)’에 ‘유지보수 구멍(maintenance hole)’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자고 주장한다. 미국 대통령들을 위해 붙인 건물들의 이름을 바꾸고, 미국 초기 국기인 ‘벳시 로스(the Betsy Ross flag)’가 편협함과 수치심의 상징일 수도 있다는 기이한 생각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이 갑자기 급진화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나는 심리적인 측면을 보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책이나 정치 문제에서 미국인들이 아주 터무니없는 공상 같은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거나 아예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트럼프이고, 그는 미국인들이 원하거나 원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다룬다.
진보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들은 조지 W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도 마찬가지로 증오했다. 물론 공화당원들도 이에 못지않게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을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특별한 건 사실이다. 진보적 마인드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보수주의자의 꿈을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그는 어찌 보면 공화당원들이 항상 대통령으로 갈망해온 존재다. 그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고, 또 (국경 문제 등을 보면) 잔인하다. 그는 자랑스러운 바람둥이에 (백인)우월주의자다. 그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인종차별주의자다.
모든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의 전형으로 이런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 복잡하고 흥미로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이상적인 보수주의자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역사상 소수의 사람만 원하지 않았던 악이기도 하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원 대다수가 이 전직 민주당원이자 성적 자유주의자를 그들의 후보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과거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만 기억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가 된 이후에도 많은 보수주의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비정하고 왠지 신념이 결여된 것 같고, 자기 발전에만 관심이 있는, 이 오만한 후보를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주의자들도 똑같이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공화당이 보수주의자들의 전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극단의 진보주의 대통령을 가질 차례라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말한다. “공화당은 2016년 대박을 터뜨렸다. 2020년 대선은 이제 우리가 보여줄 차례다.”
197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리처드 닉슨은 결코 그가 그렇다고 생각했던 보수주의의 전형은 아니었다. 닉슨과 보수주의자들의 관계는 언제나 불안했다. 그의 첫 번째 임기 중반이 되자 많은 보수주의자는 더 이상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존 애시브룩이 1972년 예비선거에서 닉슨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무자비하고, 역행적이고, 야속하고, 포퓰리즘적인 공화당적 이상을 구현했다고 진보주의자들은 믿었다.
오늘날 진보진영이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부인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닉슨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1968년 대선에서 일반 투표의 60% 넘는 지지를 얻었고, 49개 주를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지만 닉슨에 대한 민주당의 부정적 시각은 결국 그를 ‘워터게이트’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보수주의자들이 4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자신들의 ‘엉뚱한 꿈’을 실현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급진적인 좌파 이념까지 동원해 똑같은 길을 걸으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4년 전과 미국의 경제 상황 등이 다르다.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미국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또 세계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이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지 맥거번을 격파한 것처럼 2020년 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압승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4년 전에 트럼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연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가 이만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는 물론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원제=The Psychology of the Leftward March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이 제안들에 더해서 민주당 사무실 주인들과 그들의 추종자는 거의 매일 급진주의적인 발상을 전시회처럼 선보인다. 가령 ‘맨홀(manhole)’에 ‘유지보수 구멍(maintenance hole)’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자고 주장한다. 미국 대통령들을 위해 붙인 건물들의 이름을 바꾸고, 미국 초기 국기인 ‘벳시 로스(the Betsy Ross flag)’가 편협함과 수치심의 상징일 수도 있다는 기이한 생각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이 갑자기 급진화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나는 심리적인 측면을 보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책이나 정치 문제에서 미국인들이 아주 터무니없는 공상 같은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들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거나 아예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트럼프이고, 그는 미국인들이 원하거나 원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거침없이 다룬다.
진보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말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들은 조지 W 부시와 로널드 레이건도 마찬가지로 증오했다. 물론 공화당원들도 이에 못지않게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을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금 특별한 건 사실이다. 진보적 마인드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보수주의자의 꿈을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그는 어찌 보면 공화당원들이 항상 대통령으로 갈망해온 존재다. 그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고, 또 (국경 문제 등을 보면) 잔인하다. 그는 자랑스러운 바람둥이에 (백인)우월주의자다. 그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인종차별주의자다.
모든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의 전형으로 이런 인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 복잡하고 흥미로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이상적인 보수주의자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역사상 소수의 사람만 원하지 않았던 악이기도 하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원 대다수가 이 전직 민주당원이자 성적 자유주의자를 그들의 후보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과거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만 기억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가 된 이후에도 많은 보수주의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비정하고 왠지 신념이 결여된 것 같고, 자기 발전에만 관심이 있는, 이 오만한 후보를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주의자들도 똑같이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공화당이 보수주의자들의 전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극단의 진보주의 대통령을 가질 차례라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말한다. “공화당은 2016년 대박을 터뜨렸다. 2020년 대선은 이제 우리가 보여줄 차례다.”
197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리처드 닉슨은 결코 그가 그렇다고 생각했던 보수주의의 전형은 아니었다. 닉슨과 보수주의자들의 관계는 언제나 불안했다. 그의 첫 번째 임기 중반이 되자 많은 보수주의자는 더 이상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 존 애시브룩이 1972년 예비선거에서 닉슨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무자비하고, 역행적이고, 야속하고, 포퓰리즘적인 공화당적 이상을 구현했다고 진보주의자들은 믿었다.
오늘날 진보진영이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부인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닉슨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1968년 대선에서 일반 투표의 60% 넘는 지지를 얻었고, 49개 주를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지만 닉슨에 대한 민주당의 부정적 시각은 결국 그를 ‘워터게이트’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보수주의자들이 4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자신들의 ‘엉뚱한 꿈’을 실현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이 급진적인 좌파 이념까지 동원해 똑같은 길을 걸으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4년 전과 미국의 경제 상황 등이 다르다.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미국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또 세계에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이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지 맥거번을 격파한 것처럼 2020년 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압승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4년 전에 트럼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연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가 이만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는 물론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원제=The Psychology of the Leftward March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