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 4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빠짐없이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지난 3개월 동안 홍콩 사회는 심각한 피해를 봤다”며 “홍콩 정부의 대응은 너무 부족하고 늦었으며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환법 폐지와 함께 △시위대 ‘폭동’ 규제 철회 △체포된 시위대원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등 나머지 네 가지를 모두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을 통해 “람 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조건 중 나머지는 무시하고 송환법만 철회해도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며 “5대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치와이 홍콩 민주당 대표도 람 장관의 결정을 “가짜 양보”라고 비판하면서 “시위를 이어갈 경우 이번 양보를 핑계 삼아 ‘비상법’과 같은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도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10월 1일(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기념일)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P는 람 장관의 송환법 깜짝 철회는 시위를 끝낼 것이란 희망보다는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홍콩 위기가 끝났다고 믿는다면 후회할 수 있다”며 “송환법은 시위의 근본 원인이 아니었고 그것의 철회는 시위 종료를 보장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송환법 철회에도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지속하고 폭력 사태로 번지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으로선 무력 투입을 통한 진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공산당 고위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에서 한 연설에서 “홍콩과 마카오,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중대 위협이 되고 있다”며 “3개 지역의 도전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