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동차 교체도 어려워
공사의 공채 전액…서울시로 이관
서울시는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가 갚아야 할 도시철도공채 잔액 2조4567억원을 대신 상환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전체 부채(지난해 말 기준 5조1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올해와 내년 서울시의 공채 상환액만 7238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7238억원 규모의 공채를 갚아주면 서울교통공사의 부채 비율은 96.8%에서 84.3%로 낮아진다.
본래 도시철도공채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일정 비율을 분담해 상환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시철도공채 전액을 서울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도시철도공채를 이관받기로 한 것은 서울교통공사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96.8%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돼서다. 행정안전부 규정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의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매년 공사채를 발행해 사업비를 조달해온 서울교통공사는 부채비율을 낮추지 않을 경우 당장 올해부터 노후시설 재투자 등 신규 사업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빚 내서 낡은 전동차 교체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지하철 5·7호선의 노후전동차 336량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3731억원을 채권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전체 교체 대상 차량이 470량(6580억원 규모)에 달하는 지하철 4호선은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025년까지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4·5·7·8호선의 노후전동차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지난 7월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공채를 인수해 일시적으로 부채 비율이 낮아지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매년 누적돼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혈세 투입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2015년 지하철 기본요금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현재 지하철 요금은 수송원가의 65% 수준이다. 승객 1인당 요금의 35%를 손해보고 태운다는 얘기다. 서울교통공사는 원가를 맞추려면 기본요금을 175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원가보전율이 낮아져 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총선이 끝난 내년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잡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바로 뒤에 대선도 있어 실제 인상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