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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11시간 동안 이어졌다. 조 후보자의 지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해명을 듣고 의견이 바뀌었을까. 후보자 지지층은 조 후보자의 잘못을 따지는 기자들의 지적에 공감했을까.

영향력 키우려면 통제하지 말고 '선택권'을 줘라
<최강의 영향력>을 쓴 탈리 샤롯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뇌감정연구소 연구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대답은 ‘노(no)’다. 지지자들은 조 후보자의 결백을 더 확신하게 됐고, 반대자들은 그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졌을 것이다. 우리는 기존에 하던 생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찾고 해석하는 ‘확증 편향’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각의 도구’로 책의 첫 장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꼽은 ‘선입견’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이용 가능한 정보의 풍성함은 우리를 더욱 변화에 저항하도록 한다”며 “우리 자신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찾는 것이 무척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형제도와 낙태, 동성애와 환경 문제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놓고 기존 의견과 반대되는 데이터를 양측에 제공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전의 양면을 보게 하려는 시도는 더 심한 의견의 양극화란 결과를 낳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주변의 많은 사람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회의 시간에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 친구에게 조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다. 책은 ‘자신이 누구인지 규정하는 것은 우리의 뇌’라는 가정에서 출발해 사람들이 어떻게 설득당하고 마음을 바꾸며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이르는지를 추적한다.

선입견을 비롯해 감정, 인센티브, 권한, 호기심, 마음의 상태, 다른 사람 등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곱 가지 요인이 책의 뼈대를 이룬다. 저자는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신념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로부터 사람들의 반응을 잘 예측할 수 있고 설득을 위한 접근 방식 중 어떤 것이 유용한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마다 많은 실험과 사례를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향도 명확하게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상대방이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내가 옳고 당신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들이미는 것은 상황을 더 나쁘게 몰고갈 뿐이다. 상대는 외면하거나 반박할 증거를 찾는 데 몰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우선 공통의 동기를 파악하고 서로의 기존 견해와 충돌하지 않는 다른 방안을 제시하라고 조언한다.

보상과 권한을 다룬 장은 기업 경영에 활용하거나 조직 문화를 조성해가는 데 참고하면 좋을 내용을 담고 있다. 위협과 경고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쉽게 ‘채찍’을 든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절망적인 상황을 시각화하고 그 암울한 예측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신 보상을 활용하면 의도한 통제력은 더 높일 수 있다. 팀원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비슷하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통제권을 내주고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은 강력한 영향력 행사의 도구가 된다”고 설명한다. 편식이 심한 아이에게 샐러드를 만들어보게 하면 채소를 잘 먹는다거나, 학생들에게 강의계획서를 짜게 하면 학습 의욕이 더 높아지는 것과 같은 효과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면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들이 직접 규정을 마련하고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하면 자발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온 접근 방식이 대부분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운동하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남편을 스스로 헬스장에 가게 하고, 휴대폰에 집착하는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처럼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부터 책에서 알려주는 영향력의 효과를 시험해보면 어떨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