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사 뒤흔든 사건 뒤엔 바다가 있다
쇠퇴하던 포경산업이 19세기 들어 급성장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발전이다. 포경업자들이 재빠른 향유고래와 혹등고래를 추격해 잡을 수 있게 됐다. 대서양의 고래 자원이 고갈됐을 때 고래를 잡으러 멀리 태평양까지 나아가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 하나는 산업기계류에 쓰이는 윤활유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포경업자들은 고래를 해부한 뒤 지방을 정제해 윤활유를 만들었다. 고래 기름이 마가린의 원재료로 쓰이면서 고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사람들은 이처럼 기술 발전에 힘입어 바다로 활동무대를 넓혀 각종 어장을 만들어냈다. 남획으로 인해 어류자원이 고갈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처음 읽는 바다세계사>는 세계사와 바다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한다. 바다 자체의 역사뿐 아니라 인류가 어떻게 바다를 이용하고 정복해 왔는지 살펴본다. 바다가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꽃피우고, 발전시키며 때로는 삼켜버렸는지도 보여준다.

저자는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서 바다의 자연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적·사회적·문화적 측면까지 다루며 광대한 시선으로 바다와 역사를 읽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신대륙의 발견, 제국의 탄생 등 세계사를 뒤바꾼 역사적 사건의 배경에는 바다가 있었다. 유럽 변방의 소국이던 네덜란드와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이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대제국이 된 비결은 바다를 지배한 덕분이었다. 15, 16세기 항해사들은 상품과 인간, 사상을 세계로 유통시키는 연결성을 바다에서 발견했다. 지구가 바다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은 참치와 연어 어장을 지정학적 야심을 펼칠 공간으로 인식하는 등 새로운 시선으로 바다에 접근했다.

저자는 바다가 당면한 문제도 일깨워준다.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섬 두 곳이 가라앉았고,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헬렌 로즈와도스키 지음, 오수원 옮김, 현대지성, 360쪽, 1만5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