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내놨다. 내년부터 감기 등 경증(輕症) 환자가 큰 병원을 찾으면, 지금보다 진료비를 더 내게 하고 암 등 중증(重症) 환자보다 더 오래 기다리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인증 기준도 바꿔 입원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중을 현행 21%에서 30%로 높이도록 했다. 지방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진료도 억제할 방침이다.

복지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대형병원 쏠림이 그대로 둬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게 예사다. 추가로 2~3개월을 더 대기해도 제때 수술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론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건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진료에 건보를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의 보장범위를 재조정하지 않고, 경증 환자의 대학병원 치료비 인상 등의 미봉책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환자의 수도권 병원 치료억제 등은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문재인 케어’의 보장범위를 재조정하면 병원과 약국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의료쇼핑’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국민 한 명당 외래진료 횟수가 연 16.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연 7.1회)보다 2.3배나 많았다. 대형병원 쏠림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은 의료쇼핑은 지방·중소 병원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지방과 1차 의료체계 붕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의료서비스 생태계와 건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케어’ 정책을 속도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방과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의 진료수준을 높일 방안과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 방안도 하루빨리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