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명저] "판단력 잃고 집단정신에 휩쓸리는 군중은 믿을 수 없어"…비이성적이고 충동적 행동하는 군중 심리 예리하게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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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반복 전염 등 세 가지다”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반복 전염 등 세 가지다”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누구든, 그들의 생활양식·직업·성격 혹은 지적 수준이 비슷하든 아니든, 그들은 군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세계의 모든 정복자들, 종교나 제국의 모든 창설자들, 유명 정치가들, 그리고 좀 더 평범한 영역에 있는 소규모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군중에 대해 본능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군중심리를 잘 알고 있기에 쉽게 지도자가 된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일찌감치 군중의 힘에 주목했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895년 출간된 《군중심리학》은 혁명과 쿠데타, 왕정 복고와 전쟁의 혼란이 이어졌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군중 연구를 통해 군중은 어떤 존재인지, 그런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군중의 난폭성은 원시인의 본성
저자는 《군중심리학》 서론에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다가오는 20세기는 군중의 힘이 커지는 ‘군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군중의 등장을 불가피한 역사 흐름으로 보면서도 군중이 지닌 부정적 특성을 우려했다. 그가 군중 연구에 집착한 이유도 군중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군중심리학》이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관점에서 정치 지도자 등의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의 모습을 과도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00여 년 전에 지금도 흔히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사고 및 행동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한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군중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시위와 폭력을 혐오했다. 1871년 노동자 봉기로 세워진 노동자 정권인 파리 코뮌과 1894년 이후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프랑스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지켜보며 이 같은 생각을 굳혔다. 그는 “개개인의 지성과 판단력을 상실한 채 집단정신에 휩쓸려 움직이는 군중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르봉은 군중은 개개인의 총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중은 개개인의 특성과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존재며, 그 결과 더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우매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비이성적이면서 충동적 존재인 군중은 쉽게 흥분하고 무책임하고 자주 난폭해진다”고 했다.
저자는 군중의 특징으로 충동성, 변덕, 과민 반응, 맹신, 권위주의 등을 꼽았다. 항상 무의식에 지배되고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도 군중의 일반적 특성으로 봤다. 그러면서 “인간은 혼자일 때는 교양있는 개인일지 모르나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군중 속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원시인의 본성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중심리학》은 군중 민주주의를 고찰한 비판적 이론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 등의 독재자들은 대중을 선동하며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 르봉의 군중심리 분석을 활용했다.
르봉은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 반복, 전염 등 세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수단들의 작용은 아주 느리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 지도자들이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반복적인 말과 강렬한 이미지로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군중을 사로잡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때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군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전했다.
군중은 정치 선동의 먹잇감일 뿐
저자는 “입법자가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자 할 때 그는 과연 이론적으로 가장 정당한 것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오히려 그 세금이 가장 눈에 덜 띄고 외관상으로 가장 부담이 적어 보인다면, 가장 부당한 세금이라도 군중에 사실상 가장 훌륭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비록 그 부담이 엄청나더라도 간접세가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 속 개인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주목한 르봉의《군중심리학》은 집단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이 책에 대해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짚어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을 고려할 때 《군중심리학》이 출간된 19세기 후반의 군중과 현대 군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 개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군중이라는 틀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르봉의 통찰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프랑스 사회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일찌감치 군중의 힘에 주목했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895년 출간된 《군중심리학》은 혁명과 쿠데타, 왕정 복고와 전쟁의 혼란이 이어졌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군중 연구를 통해 군중은 어떤 존재인지, 그런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군중의 난폭성은 원시인의 본성
저자는 《군중심리학》 서론에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다가오는 20세기는 군중의 힘이 커지는 ‘군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군중의 등장을 불가피한 역사 흐름으로 보면서도 군중이 지닌 부정적 특성을 우려했다. 그가 군중 연구에 집착한 이유도 군중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군중심리학》이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관점에서 정치 지도자 등의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의 모습을 과도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00여 년 전에 지금도 흔히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사고 및 행동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한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군중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시위와 폭력을 혐오했다. 1871년 노동자 봉기로 세워진 노동자 정권인 파리 코뮌과 1894년 이후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프랑스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지켜보며 이 같은 생각을 굳혔다. 그는 “개개인의 지성과 판단력을 상실한 채 집단정신에 휩쓸려 움직이는 군중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르봉은 군중은 개개인의 총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중은 개개인의 특성과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존재며, 그 결과 더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우매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비이성적이면서 충동적 존재인 군중은 쉽게 흥분하고 무책임하고 자주 난폭해진다”고 했다.
저자는 군중의 특징으로 충동성, 변덕, 과민 반응, 맹신, 권위주의 등을 꼽았다. 항상 무의식에 지배되고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도 군중의 일반적 특성으로 봤다. 그러면서 “인간은 혼자일 때는 교양있는 개인일지 모르나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군중 속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원시인의 본성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중심리학》은 군중 민주주의를 고찰한 비판적 이론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 등의 독재자들은 대중을 선동하며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 르봉의 군중심리 분석을 활용했다.
르봉은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 반복, 전염 등 세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수단들의 작용은 아주 느리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 지도자들이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반복적인 말과 강렬한 이미지로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군중을 사로잡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때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군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전했다.
군중은 정치 선동의 먹잇감일 뿐
저자는 “입법자가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자 할 때 그는 과연 이론적으로 가장 정당한 것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오히려 그 세금이 가장 눈에 덜 띄고 외관상으로 가장 부담이 적어 보인다면, 가장 부당한 세금이라도 군중에 사실상 가장 훌륭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비록 그 부담이 엄청나더라도 간접세가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 속 개인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주목한 르봉의《군중심리학》은 집단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이 책에 대해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짚어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을 고려할 때 《군중심리학》이 출간된 19세기 후반의 군중과 현대 군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 개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군중이라는 틀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르봉의 통찰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