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전망은 '부정적'…"정치혼란·일국양제 불안이 원인"
'하반기 역성장' 무역전쟁·시위 탓 올 경제성장률 0% 전망
피치, 홍콩 신용등급 AA로 1계단 강등…중국 반환 후 처음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가 6일 홍콩의 장기신용등급(IDR)을 AA+에서 AA로 1계단 내리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매겼다.

홍콩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5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강등 사유로는 홍콩의 통치체계인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느슨해져 중국과의 차별성이 약화한다는 점이 지목됐다.

피치는 일국양제가 유지는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홍콩이 중국과의 경제, 금융, 사회정치적 연계 속에서 성장한다는 점을 중국의 국가통치체계에 계속 흡수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로 인해 더 큰 제도·규정상의 난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 전개는 홍콩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격차가 줄어드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이날 조정 전까지 피치로부터 신용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AA+를 받았다.

중국은 그보다 3계단 낮은 A+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 가운데 홍콩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곳은 피치가 처음이다.

피치는 "수개월 동안 지속된 분쟁과 폭력 때문에 홍콩과 본토의 관계를 규율하는 일국양제 체계의 범위와 유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본토 관리들이 1997년 홍콩의 반환 이후 어느 때보다 홍콩 사안에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시위 장기화로 홍콩 통치체계, 법치의 질적 수준과 효율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에 오랜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홍콩 기업환경의 안정성과 역동성에도 의문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신용등급은 세계 전체를 볼 때 여전히 견고하지만 지속적 사회 분쟁 탓에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피치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긴 데 대해서는 "일부 시위자들의 요구가 수용됐으나 특정 수준의 대중 불만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홍콩은 최근 반중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안(범죄인 본토 인도 법안)의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피치는 "사회불안의 재분출 가능성 때문에 공공기관들의 자신감이 훼손되고 홍콩의 통치체계, 제도, 정치 안정성, 기업환경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시위로 인한 혼란까지 덮치면서 홍콩의 경제환경이 나빠졌다며 올해 홍콩의 경제성장률을 0%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올해 하반기에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포하고 있다.

피치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다소 개선된 1.2%로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