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이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전장용 및 5세대(5G) 통신 스마트폰용 MLCC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올 4분기 글로벌 MLCC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4월부터 조정이 지속된 삼성전기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뿐 아니라 일본의 무라타제작소 TDK 등 글로벌 MLCC 공급사의 주가도 반등 기대가 커졌다.
“4분기 바닥으로 납품 물량 증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1000원(1.02%) 내린 9만72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조정받기 전까지 5거래일 연속 주가가 뛰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상승률은 9.09%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최근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271억원, 4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초 장중 연중 최저가(8만4100원)까지 떨어지는 등 4월부터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것에서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MLCC 업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MLCC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수요가 줄면서 업황이 급격히 꺾였다.

MLCC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으로, 회로에 일정량의 전류가 흐르도록 제어해주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 800~1200개, 전기자동차에는 최대 2만 개까지 들어간다.

최근엔 업황이 4분기에 바닥을 찍고 살아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IT 기기 수출 증가율이 작년 10월을 고점으로 급락했다”며 “과거 업황 사이클을 감안했을 때 바닥이 오는 10월께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MLCC 재고가 많아 반등하더라도 급격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8.4% 줄어든 1685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G 통신 기지국용 MLCC 수요가 늘고 있고 5G폰 출시로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세도 마무리 단계”라며 “올 4분기를 바닥으로 MLCC 납품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라타제작소, 이달 주가 7.5%↑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일본과 대만의 MLCC주도 끌어올리고 있다. MLCC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작년 세계 시장 점유율 44%)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이달 들어 주가가 7.5% 올랐다. 일본은 무라타제작소를 비롯해 다이요유덴 TDK 등이 세계 MLCC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삼성전기 등 한국 기업보다 수요 회복이 더 빠를 것이란 평가다. 지난달 무라타제작소의 실적발표에서도 영업이익률(4~6월 기준) 17.5%를 나타내 같은 기간 삼성전기 영업이익률(7.4%)을 크게 앞질렀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무라타제작소의 올해 영업이익(23억5800만달러 추정)은 작년에 비해 61%가량 늘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MLCC 생산업체인 야게오는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2분기 매출(96억대만달러)과 영업이익(17억대만달러)이 각각 작년 동기 대비 50.2%, 38.2%가량 줄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지역의 경우 MLCC 수요가 아직 크게 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