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만 있는 우주선 원자력전지 기술, 본격 개발 나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과 러시아만 보유하고 있는 ‘우주선용 원자력전지’(사진) 기술 개발에 나섰다.

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는 최근 영국 레스터대와 ‘우주탐사용 원자력 전원공급시스템 연구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6일 밝혔다. 레스터대는 유럽우주기구(ESA) 원자력전지 개발을 이끌고 있는 곳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원자력전지 후발주자인 한국과 유럽이 협력해 미국과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기술을 자체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 붕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변환 방식에 따라 열전, 압전, 스털링, 베타볼테익 등으로 나뉜다. 극저온·고온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효율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원자력전지에 쓰이는 동위원소는 플루토늄(Pu-238)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급이 쉽지 않아 대체재로 아메리슘(Am-241)이 주목받고 있다. 아메리슘은 반감기가 432년으로 플루토늄보다 다섯 배 길어 장기 우주탐사에 적합하다. 영국 레스터대 등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아메리슘 제조 공정을 개발했으며 이를 한국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우주선 사고 등 돌발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레스터대와 함께 카본 복합재를 이용한 보호장치를 제작했다. 현재 내열, 내충격 성능을 시험 중이다.

우주선용 원자력전지는 1961년 미국이 발사한 항법위성 ‘트랜짓 4A’에 처음 탑재됐다.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토성 탐사선 카시니,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 등에 쓰였다.

원자력전지 개발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손광재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영국 레스터대와의 MOU는 원자력전지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원자력전지 핵심기술 확보 기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