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자 전체의 임금분포를 공개하기로 결정, 또 한 번의 정책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규모·업종·학력·성·연령·근속연수별 임금을 낱낱이 공개해 ‘격차 해소’를 압박한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만 양산하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불가피하다.

‘생산성의 함수’라는 임금의 본질을 무시하는 정책은 시장왜곡과 함께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줄 뿐이다. 대기업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고임금을 받는 것은 생산성이 더 높아서다. 정당한 ‘차이’를 부당한 ‘차별’로 몰아붙인다면 올바른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 사업장이나 근로자마다 무수히 많은 근무형태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동일 잣대로 비교해보겠다는 발상부터가 과욕이다. ‘정치판’에서나 먹힐 ‘아니면 말고’식 가설(假說)일 뿐, 냉정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경제현장에서는 통할 수 없는 논리다.

임금격차에 대한 오독(誤讀)과 악용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임금 격차의 최대 원인은 사회적 협상력을 독과점한 거대 귀족노조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시하는 이기적 행태에서 찾아야 한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임금 확보는 비정규·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정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의 고임금을 그대로 둔 채 중소기업 임금만 올릴 경우 훨씬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1987년을 기점으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치며 임금인상률이 노동생산성을 앞지른 결과가 1997년의 외환위기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공정경제’를 앞세운 정부의 이번 결정은 큰 틀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환이다. ‘소주성’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임금상승에도 고용이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리한 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최저임금 급상승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인상은 지속불가능하며, 경제생태계를 골병들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