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본인 위법·불법 없다 판단' 속 임명 따른 부담감 커져
靑내부 '조국 부인 전격 기소'에 당혹감도 감지
'9일 임명 유력' 관측…'속전속결' 주말 임명 가능성 배제 못해
檢 기소로 고심 깊어진 '대통령의 시간'…조국 임명 결단 숙고
8·9 개각에 따른 청문 정국의 핵이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그야말로 '대통령의 시간'이 왔다.

조 후보자 임명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정국의 향배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6일 오후 귀국한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두고 숙고에 들어간 상태다.

문 대통령이 '6일까지'로 시한을 정해 국회에 요청했던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결국 제출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7일 0시부터 조 후보자의 임명이 가능해졌다.

현재까지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관련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에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2일 기자간담회 이후 나온 새로운 의혹에 후보자의 위법·범법 사실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중대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임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청와대 입장의 연장선이다.

다만 검찰이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논란과 관련해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하면서 현재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정 교수의 기소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사건 당사자인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했다.

'청문회 변수'는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예기치 못한 '검찰 변수'가 급부상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내심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사전에 기소 사실을) 대체로 몰랐다고 봐야 한다"며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로서는 부인이 기소된 상태인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용하는 게 타당하냐는 여론이 부담될 수 있다.

당장 보수 성향의 야권은 조 후보자의 사퇴가 도리라며 청와대를 향해 '지명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소된 아내의 남편이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조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정 교수가 기소된다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임명되지 못할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후보자 부인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견해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더군다나 현 정권의 개혁을 상징하는 조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뒤에 낙마할 경우 집권 중반기 권력기관 개혁을 포함한 국정 동력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문회는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며 "후보자 주변에 대한 유례없는 압수수색과 과잉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은 검찰개혁의 당위성만 입증했다"고 역설했다.

정의당이 이른바 '데스노트'에 조 후보자를 넣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사법개혁의 대의'였다.

현 정부에서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려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공직후보자들은 모두 낙마했다.

검찰이 조 후보자의 부인을 기소한 배경과 의도에 청와대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임명 기류를 유지하는 쪽에 설득력을 더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게 두려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의 행태는)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 소탕하듯이 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결국 관심은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는 시점에 쏠린다.

국회 청문회를 마친 바로 다음 날인 이날은 사실상 임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 후보자 부인의 기소로 '임명 반대' 진영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이를 무시한 채 '속전속결'을 임명을 강행하는 데 대해 적잖은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아울러 이날은 태풍 '링링'이 한반도에 상륙해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청와대도 재해 상황 대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시나리오는 문 대통령이 순방 후 청와대 업무에 공식 복귀하는 첫날인 9일 조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고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하는 안이다.

다만 조 후보자가 9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임하도록 하는 동시에 검찰의 기소와 무관하게 조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면 문 대통령이 휴일인 8일 조 후보자를 전격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들이 임명 기류를 짐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저희도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