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눈을 번쩍' 하는 대목에서 하마터면 '아이고 아버지' 하며 무대로 뛰쳐나갈 뻔 했어요.
"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장면에 몰입한 한 여성 관객의 고백이다.
배일동 명창은 30대 초반에 7년 동안 지리산 계곡에서 판소리 독공(獨功)을 통해 득음한 것으로 유명한 국악인이다.
그는 '우리 말과 소리의 뿌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만물은 태평하지 않으면 불평(不平)의 울음을 내는데, 인간의 호흡이 들어가 이를 평평(平平)하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말의 초성·중성·종성에는 밀고 달고 맺는 천지인(天地人) 삼재와 원방각(圓方角)의 원리가 들어있다"면서 "이는 '하나'만 파고드는 일본과 '둘'을 펼쳐내기만 하는 중국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강연을 마친 후 배 명창은 김철기(원광디지털대학 전통예술공연학과) 교수의 고수 장단에 맞춰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열연해 관객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심봉사가 눈을 뜨고 기뻐하는 장면에서는 100여명의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얼씨구", "좋다","얼쑤" 등 추임새를 넣으며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골랐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판소리 중에서 가장 극적인 이야기로서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