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두달] 혼란 딛고 국산화 한발…해결 실마리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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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수출입 영향은 제한적…일본의 대한국 수출 더 타격
日 '찔끔' 허가로 WTO 제소 대비…한국 대응조치도 '직진' 일본이 7월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약 두달이 흘렀다.
역사 문제를 경제적 보복으로 대응한 일본이 지난달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고강도 규제를 한 차례 더 취하면서 한국 경제와 산업은 크게 동요했지만, 이를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한발 더 나아가는 등 차츰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다.
다만 일본이 여전히 양자협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다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한국 백색국가에서 일본 제외 등 한국 정부의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유례없는 수출규제는 한국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자 사실상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써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또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 소재산업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규제 사흘만인 7월 7일 긴급물량 확보를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올랐고, 정부도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를 촉구하며 사태를 조기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일본은 7월 12일 한차례 실무자(과장)급 협의(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통상당국 고위급 간 대화는 거부하고 있다. 일본의 입장 변화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부와 업계는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 등 대안 찾기에 발 빠르게 나섰다.
두달여 시간이 흐르면서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는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하나둘 들린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에칭가스를 국내 소재업체인 솔브레인 제품으로 대체해서 시험해 본 결과 상용화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양산에 투입했다.
솔브레인은 일본에서 원료를 들여 에칭가스를 생산했으나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중국 등 대체 원료를 투입해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과 제품에 대체 불화수소를 투입했으며 이 중에는 국산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포함됐다.
양국 수출입 통계를 봐도 한국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8월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6% 감소하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는데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대일본 수출이 6.2% 줄어들긴 했으나 중국(-21.3%), 미국(-6.7%) 등 주요국 수출이 모두 큰 폭 하락한 상황이라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세계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전반적인 수출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석했다.
8월 대일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용 장비(8월 1∼25일 기준)는 -32.6%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 하락률이 5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수출규제가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올해 월평균 10억∼20억달러 적자를 냈고 지난달에도 비슷한 수준인 16억3천만달러 적자였다.
오히려 일본 수출입에 나타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0.3% 줄었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6.9%가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일반기계가 26.7% 급감한 가운데 원동기(-47.4%), 반도체 등 제조장비(-41.6%), 하역기계(-39.5%), 금속가공기계(-36.6%)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으로의 원료품 수출은 23.4% 감소했다.
두달여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중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 신청을 허가한 건은 포토레지스트 2건, 에칭가스 1건 등 모두 3건이다.
일본은 규제 초기 민간 용도의 정상적인 수출은 허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한달 내지 두달 만에 한건씩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찔끔' 허가를 내주는 것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 통상당국은 일본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WTO 제소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해당 조치는 '안보상' 목적이며 자유무역과는 상관없다는 방어 논리를 펴기 위해 대한국 수출 신청 건 중 일부에 대해 허가를 내줬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WTO 제소로 갔을 때 일본의 이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으로 통상당국은 보고 있다. WTO 제소와 더불어 정부는 이달 중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도록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다.
현재 의견수렴을 마치고 심사 중이며 추석 이후 고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에 더해 한국의 백색국가에서도 제외된 데 반발하며 다시 한번 한국과 각을 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보낸 의견서에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 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업부는 "고시 개정은 국제 평화 및 지역 안보를 나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용해 국제공조가 어려운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통제 지역 구분을 달리해 수출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일본 측에도 고시 개정 발표 전 통보한 것은 물론 여러 경로를 통해 고시 개정 사유 등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언제, 어디서든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연합뉴스
日 '찔끔' 허가로 WTO 제소 대비…한국 대응조치도 '직진' 일본이 7월 4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약 두달이 흘렀다.
역사 문제를 경제적 보복으로 대응한 일본이 지난달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고강도 규제를 한 차례 더 취하면서 한국 경제와 산업은 크게 동요했지만, 이를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에 한발 더 나아가는 등 차츰 안정을 되찾는 모양새다.
다만 일본이 여전히 양자협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다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한국 백색국가에서 일본 제외 등 한국 정부의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유례없는 수출규제는 한국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자 사실상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써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또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대일 의존도가 높은 한국 소재산업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규제 사흘만인 7월 7일 긴급물량 확보를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올랐고, 정부도 일본 정부에 양자협의를 촉구하며 사태를 조기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일본은 7월 12일 한차례 실무자(과장)급 협의(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를 가진 이후 지금까지 통상당국 고위급 간 대화는 거부하고 있다. 일본의 입장 변화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부와 업계는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 등 대안 찾기에 발 빠르게 나섰다.
두달여 시간이 흐르면서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는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하나둘 들린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에칭가스를 국내 소재업체인 솔브레인 제품으로 대체해서 시험해 본 결과 상용화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양산에 투입했다.
솔브레인은 일본에서 원료를 들여 에칭가스를 생산했으나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중국 등 대체 원료를 투입해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과 제품에 대체 불화수소를 투입했으며 이 중에는 국산 업체가 생산한 제품이 포함됐다.
양국 수출입 통계를 봐도 한국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8월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6% 감소하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는데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대일본 수출이 6.2% 줄어들긴 했으나 중국(-21.3%), 미국(-6.7%) 등 주요국 수출이 모두 큰 폭 하락한 상황이라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세계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전반적인 수출 감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석했다.
8월 대일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용 장비(8월 1∼25일 기준)는 -32.6%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 하락률이 5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수출규제가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올해 월평균 10억∼20억달러 적자를 냈고 지난달에도 비슷한 수준인 16억3천만달러 적자였다.
오히려 일본 수출입에 나타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대일본 수출은 0.3% 줄었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6.9%가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일반기계가 26.7% 급감한 가운데 원동기(-47.4%), 반도체 등 제조장비(-41.6%), 하역기계(-39.5%), 금속가공기계(-36.6%)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으로의 원료품 수출은 23.4% 감소했다.
두달여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중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 신청을 허가한 건은 포토레지스트 2건, 에칭가스 1건 등 모두 3건이다.
일본은 규제 초기 민간 용도의 정상적인 수출은 허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한달 내지 두달 만에 한건씩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찔끔' 허가를 내주는 것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 통상당국은 일본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WTO 제소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해당 조치는 '안보상' 목적이며 자유무역과는 상관없다는 방어 논리를 펴기 위해 대한국 수출 신청 건 중 일부에 대해 허가를 내줬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WTO 제소로 갔을 때 일본의 이 같은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으로 통상당국은 보고 있다. WTO 제소와 더불어 정부는 이달 중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도록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다.
현재 의견수렴을 마치고 심사 중이며 추석 이후 고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에 더해 한국의 백색국가에서도 제외된 데 반발하며 다시 한번 한국과 각을 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보낸 의견서에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 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업부는 "고시 개정은 국제 평화 및 지역 안보를 나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용해 국제공조가 어려운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통제 지역 구분을 달리해 수출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일본 측에도 고시 개정 발표 전 통보한 것은 물론 여러 경로를 통해 고시 개정 사유 등을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언제, 어디서든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