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는 국산 안경테기업의 전성기였다. 당시 안경테 시장을 지배하던 유럽산에 비해 품질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월등히 저렴했다. 1980년대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안경테의 점유율이 2위까지 올라갔다.

국내 안경업, 중국 저가에 밀려 2000년대 곤두박질…한류·고급화로 해외 수출 증가세
하지만 저가 중국산에 자리를 내주면서 1995년을 정점으로 수출액도 매년 줄었다. 2005년엔 세계 시장 점유율이 9위, 2008년엔 수출액이 952만달러로 주저 앉았다.

안경테 시장의 침체는 국산 안경테의 대명사였던 서전도 피해가지 못했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안팎으로 문제가 터져나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산 저가 안경테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서전의 입지가 좁아졌다. 내부에선 굳건한 시장 1위라는 사실에 도취해 안경대리점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점을 급격히 늘리면서 부실한 안경원도 가맹점으로 들어왔고, 이들에게서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서전은 2004년 부도를 냈다. 대형 사업자들이 몰락하면서 국내 안경산업은 영세화되고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최근 안경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안경과 선글라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지현 선글라스’로 인기를 얻은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베디베로, 카린 등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신생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선글라스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안경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혁신기업이 배출된다면 ‘안경=사양산업’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석 대한안경사협회장은 “안경사협회가 조사한 성인 안경 착용률은 2009년 47%에서 올 5월 기준 54%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디자인뿐 아니라 시력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제조 혁신기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