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속도만큼 빠른 것은 없다”는 말은 스티븐 MR 코비의 <신뢰의 속도>란 책에 나온다.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뢰가 낮아지면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면 의심하게 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일일이 확인하려 들고, 확인하다 보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입되는 것이 곧 시간과 비용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신뢰의 핵심 요소를 ‘역량’과 ‘성품’이라고 했다. 역량의 하위 요소로 ‘능력’과 ‘성과’, 성품의 하위 요소로 ‘성실성’과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실성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고 의도는 숨어 있는 목적을 의미하게 된다.

최근 한·일 관계를 볼 때 ‘일본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 혹은 ‘그들의 의도는 선의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고민해 본다면 아마 그들이 ‘좋은 성품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의 한·일 관계에서 일본이 아무리 좋은 역량을 가졌다 하더라도 신뢰의 핵심 요소인 성품에 문제가 있다면 서로의 신뢰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신뢰가 낮아지면 한·일 관계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신뢰란 단순히 개인 간의 감정 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 같은 국제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관계까지 좋은 신뢰를 구축해나갈 때 최소의 비용으로 빠르게 서로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양국이 이른 시일 내에 성실성과 의도를 회복해 한·일 관계가 지금의 갈등 양상을 극복하고 잘 해결되길 바란다.

유구봉 <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