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상처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조만간 금리 인하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금융회사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3.5%에서 13%로, 중소형 은행은 11.5%에서 11%로 각각 내려간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모두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던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지준율을 내려왔다. 작년 세 차례 인하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두 차례 낮춰 시중에 7000억위안의 자금을 공급했다.

하지만 잇따른 지준율 인하에도 중국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는 악화일로다. 7월 산업생산 증가율(4.8%)은 17년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소매판매 증가율(7.6%)도 전달(9.8%)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에 그쳐 4개월 연속 위축 국면이 이어졌다. 8월 수출과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0%, 5.6% 줄었다.

이와 관련,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올해 안에 두 차례 더 지준율을 내리고 시중 금리도 0.7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CMP는 인민은행이 이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관측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