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눈' 레이더 개발…中·印 수출 페달 밟았다
차량용 레이더는 안개 낀 날이나 야간에 운전할 때 위력을 발휘하는 장치다. 전후방 사물을 순간적으로 인식해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긴급 자동제동(AEB)해주기 때문이다. 자율주행형 자동차(사진)엔 필수지만 4~5년 전만 해도 국내엔 관련 기술이 없었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 만도 연구개발(R&D)센터가 공동 연구에 나선 배경이다.

두 기관이 프로젝트명 ‘지능형 77 레이더 시스템’ 연구에 착수한 건 2010년이다. 국내 부품업체인 A사가 수년간의 노력에도 기술 개발에 실패했고 현대·기아자동차조차 일본 덴소와 독일 보쉬, 미국 델파이 콘티넨탈 등에서 전량 수입하던 시기였다. 세계 5~6위권 자동차 강국이란 위상이 무색했다.

정부 재정 지원 등을 합해 3년간 총 100억원이 책정됐다.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만 50여 명이 투입됐다. 연규봉 자동차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고의 노력 끝에 장·단거리 레이더의 모든 기술을 확보해 2014년 11월부터 만도에서 양산에 들어갔다”며 “동시에 64개의 다른 자동차를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은 경쟁사 제품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작년엔 중거리 레이더 개발에도 성공했다. 중거리 레이더는 100m 안팎의 사물을 탐지하는 장치다. 고속도로 주행 시 앞차와의 간격 유지 및 충돌 방지 예방 등에 필수다. 중거리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소형화의 벽’도 넘을 수 있었다. 현재 만도가 생산하는 차량용 레이더는 종전 대비 4분의 1 크기다.

국산화에 성공한 차량용 레이더는 빠르게 수입품을 대체했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차량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인도 중국 등 해외 시장도 뚫고 있다. 차량용 레이더를 포함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만도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ADAS 매출은 올해만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대비 50%가량 급증한 수치다.

만도 관계자는 “우리 기술로 생산하는 차량용 레이더는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차량용 레이더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첨단 운전보조 장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조만간 차량당 평균 8개의 레이더가 장착될 것이란 게 자동차부품연구원의 관측이다. 국내 차량 주파수도 77㎓를 넘어 연내 77~81㎓를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연 연구원은 “정부가 위험 부담을 안고 적기에 초기 자금을 투입한 게 주효했다”며 “R&D의 경우 특정 시기를 놓치면 경쟁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