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세계 1위 이끈 송대현 LG전자 사장 "2023년 유럽 빌트인 家電도 선두권 도약"
“회사 일을 하는 게 자전거 타는 것 같더라고요.”

송대현 LG전자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기업도 매출·이익이 성장하지 못하면 쓰러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가 열리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앞만 보고 가려 한다”고 했다.

송 사장은 2017년 1월부터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엔 세계 최대 가전업체 미국 월풀을 제치고 생활가전 매출 기준 세계 1위라는 성과를 냈다.

송 사장은 순위 등 단기 실적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혁신적인 신제품과 신기술을 계속 제공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과가 나왔다”며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차별화, 고급화 전략을 통해 이겨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송 사장이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빌트인 시장’이다. LG전자는 지난해 IFA 2018에서 빌트인 관련 독립 전시관을 열고 유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건설업체, 리모델링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아야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빌트인 시장의 특성상 1년 만에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투자해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송 사장은 “제품 라인업과 유통망 정비 설치교육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2023년까지 3년 정도 노력하면 톱티어(일류) 수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간 가전’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과 서비스까지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거실과 주방의 다양한 가전제품을 연결해 ‘허브’ 역할을 하는 ‘LG 디오스 스마트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송 사장은 “소비자가 주방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냉장고를 통해 조리법을 검색하고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며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개인 맞춤형 공간, 전문 공간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A 2019에서 주목할 점으로 중국 업체의 성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이 일본 기업을 따라 하며 성장한 것처럼 중국의 하이얼 같은 곳은 우리 기업을 많이 따라왔다”며 “중국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밀레, 보쉬 등 유럽 전통 강자들과의 경쟁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송 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해 첨단 기술에 기반한 특화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의 센서가 기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품 상태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알려주는 ‘프로액티브 서비스’ 시행 국가와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베를린=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