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22명째에 책임감·부담 토로
"인사청문절차, 취지대로 운용 안돼"…국회 향한 비판도
'비공개 도덕성 검증 통과 후 공개적으로 정책역량 검증' 과거 제안 주목
文대통령, '신상털기'식 인사청문 개선 언급…"인재발탁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논란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국회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른바 '조국 정국'에서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식 검증이 지나치다고 보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행에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조 장관을 비롯한 장관 및 장관급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8·9 개각 당시 지명된 장관급 인사 대상자 7명 중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만 송부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답답한 심경을 밝힌 배경에는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 꼽혔던 조 장관이 낙마할 위기에 처했던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회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에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밝혔다"며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이번 임명장 수여식을 계기로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6명에서 22명으로 크게 늘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런 현상에 대해 부담은 물론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보수 성향 야당의 '표적성 검증'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국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고 특히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 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동남아 3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에도 "좋은 사람을 발탁하려고 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하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고 실제로 (인사 제의를)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인사청문 제도의 개선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만큼 여당을 통한 입법 움직임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인사 검증이 아닌 개혁적 인사의 임명을 막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변질한 인사청문회 기능을 바로잡아 좋은 인재를 등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자신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인사청문 개선안을 공개한 바 있어 향후 제도적 개선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을 맞아 마련된 KBS 특집 대담에서 "미국식으로 인사청문 절차를 두 단계로 나눠서 첫 번째는 비공개로 도덕성을 검증하되 청와대와 국회, 야당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그 정보를 모아서 공직자 자격을 판단하고 통과되면 그 뒤에는 능력과 정책 역량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가 가진 자료를 제출하고, 야당의 검증자료를 저희가 함께 판단하고 청와대가 '이분이 이런 흠결이 있지만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발탁하고자 한다'고 추천 단계에서 국민께 밝히고 싶다"고도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