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8K TV'가 뭐길래
텔레비전(television·TV)은 ‘멀리(tele)’와 ‘시야(vision)’를 합친 단어다. 1920년대에 등장한 이 ‘마법의 영상’은 초창기 흑백 방송 시기를 거쳐 1950년대 컬러 방송, 2000년 디지털 방송으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화면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고화질 영상 디스플레이’였다.

고화질T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한 화면에 담아내는 화소(픽셀·pixel) 수가 많아야 한다. 디지털 방송의 화소 수는 초기 SD(standard definition)의 720×480(가로×세로)에서 HD(high definition)의 1920×1080으로 늘어났다. 더 발전한 UHD(ultra high definition)는 4K의 3840×2160을 지나 8K의 7680×4320으로 진화했다. 8K는 가로 화소 수가 8000에 가깝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선명도가 HD의 16배, 4K의 4배에 이른다.

고화질 TV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일본은 1995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에서 UHD 영상 생중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국가적 전략 목표 아래 기술 개발을 앞당겨 2017년 말 8K TV를 상용화했다. 그러나 초기 시장화에 실패해 한국의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65~98인치 8K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6일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 55인치 신제품을 선보이며 “SK텔레콤과 손잡고 초고화질 영상을 무선으로 직수신하는 5G(5세대)·8K TV까지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LG전자는 이 전시회에 세계 유일의 88인치 8K OLED TV를 공개하며 “화질선명도에서 국제표준인 50%를 뛰어넘어 90%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계 1~2위인 한국의 삼성·LG전자 외에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소니 등 일본 기업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TCL 등 중국 업체들도 8K TV 경쟁에 돌입했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8K TV 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올해의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8K 화질의 촬영·송출장비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그러나 최고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은 그만큼 커지게 됐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