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과정 의혹 제기·검찰 수사 등으로 '만신창이'…사법개혁 행보 주목
'文의 남자' 조국, 법무부 수장 올랐지만…정치행보 가시밭길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험난한 곡절 끝에 9일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조 장관은 '리틀 문재인', '문(文)의 남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을 취임 직후부터 가까이서 보좌하며 '복심' 역할을 해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조 장관은 2017년 대선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전격 지명된 이후 단숨에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학자 시절부터 선명한 진보성향을 보인 조 장관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에도 '촛불정신 구현'과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에서 SNS 여론전을 펼치며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정치적 무게감이 더해지자 조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부산 지역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PK(부산·경남)는 물론 전체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에서 나오기도 했다.

정계 진출에 고사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조 장관은 그러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되자마자 본인 주변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로 최악의 정치적 시련에 휘말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며 조 장관 사수에 사활을 건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정국은 빠르게 '조국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특히 야당과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사모펀드 투자와 자녀 입시 특혜, 웅동학원 관련 의혹이 수도 없이 쏟아지면서 난타전이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조 장관의 상징성과 정치적 무게감 등에서는 상당한 상처가 났다.

특히 국민 정서상 민감한 자녀 관련 의혹은 치명적이었다.

조 장관이 그간 활발한 SNS 활동 등을 통해 내놓은 발언과 배치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적도 따갑게 쏟아졌다.

여기에 검찰까지 끼어들었다.

여야의 인사청문회 개최 합의를 눈앞에 두고 검찰은 조 후보자 관련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하며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찰이 사법개혁 좌초를 위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수차례 경고메시지를 발신했지만, 검찰의 강공은 거침없이 이어져 청문회 당일 조 장관 아내를 기소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숱한 의혹과 검찰 수사를 뚫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향후 조 장관의 정치 행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당분간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총선 판도를 흔들 대어(大漁)로 평가받았던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데다 여권 지지층 결집까지 이뤄 정치적 무게감이 한층 더했다는 평가가 있다.

사법개혁 '칼자루'를 쥔 조 장관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검찰과 법원행정 등 기존 체제의 변혁을 이끄는 데 성공한다면 임명 과정에서 난 상처들을 극복하고 대선 주자로까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너무나 많은 의혹 제기 후 가족을 옥죄는 수사까지 시작돼 '만신창이'가 된 조 장관이 앞으로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장관 본인도 이미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권주자 기회가 있으면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어림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같이 만신창이가 돼있는데 무슨 대권이겠냐"고 답한 바 있다.

임명장 수여식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야당이 해임건의안 발의는 물론이고 특검(특별검사) 및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나선 만큼 이후 개인 '조국'을 넘어 정권을 겨누는 야권의 거센 공세 앞에 정치적 험로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란 지적마저 나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검찰 수사의 방향에 따라 조 장관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포토라인에 서는 최초의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사법개혁 동력마저 좌초돼 조 장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