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주 가운데 TV 매장에선 '삼성·LG' 투톱
中은 화웨이 스마트폰, 하이얼 백색가전 '선전'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의 축소판이 된 자툰. 이곳에선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와 일본 소니, 중국 화웨이·하이얼 등 세계 최고 정보기술(IT)·가전 기업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자툰 알렉산더 광장점을 찾았다. 이 매장은 분단 시절 동베를린 중심지였던 알렉산더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매장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던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다름 아닌 갤럭시노트10이다. 자툰 간판보다도 노트10 이미지로 도배된 출입구가 이곳이 가전매장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놀라움은 배가 됐다. 매장으로 향하는 출입구 바닥부터 벽면, 에스컬레이터 난간이 모두 갤럭시노트10 광고로 도배됐다. 다른 기업들 제품 광고가 함께 붙어있었다면 여러 회사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하이마트나 전자랜드를 떠올렸겠지만, 오로지 갤럭시노트10 광고만 보이는 탓에 자연히 삼성 디지털프라자가 연상됐다. 사실 자툰은 하이마트·전자랜드처럼 여러 회사의 다양한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매장이다.
노트10이 그려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2층 매장은 모바일 기기, 소형 전자제품을 판매했다. 매장 입구 정면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체험존이, 엘리베이터 앞 매장 우측에는 삼성전자의 82인치 QLED(퀀텀닷 발광다이오드) TV가 위치했다.
체험존은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10 중심으로 꾸며졌다.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80도 손님들을 맞았다. 부스 한 가운데는 이번 IFA에서 공개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가 전시됐다. 접었다 펼치는 갤럭시폴드를 체험하려는 고객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갤럭시S8을 쓰고 있다는 한 현지 남성은 갤럭시폴드를 만져보면서 "신기해서 살펴봤다. 제품은 잘 나온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다"며 "내가 쓰기에는 갤럭시S8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매장 뒤편으로는 중국의 화웨이, ZTE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 매장은 이보다 좀 더 작은 규모로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경하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스마트폰 매장 점원은 "애플은 고가 라인에 집중돼 있지만 삼성은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모델이 다양해 삼성 스마트폰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 화웨이도 성능이 좋고 저렴해 독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우리 매장에서는 삼성·화웨이·애플·LG 순으로 스마트폰이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3층 매장에는 TV를 중심으로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이 포진했다. 초입에는 삼성전자 QLED 8K TV와 LG전자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8K TV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 매장에서보다 TV 매장에서 LG전자의 선전이 돋보였다. 자툰 알렉산더 광장점 TV 매장에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3개사 8K TV만 전시·판매했다. 2017년 말 세계 최초로 8K TV를 출시한 일본 샤프 제품은 없었다. TCL, 하이얼 등 중국 기업의 8K TV도 없었다. 'IFA 2019'에서 8K TV를 여럿 내놓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중국 업체들이지만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판매점에선 아직 찾기 어려웠다. 중국 업체들 8K TV는 입고 계획 등을 묻는 기자에게 점원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에서는 중국 업체 하이얼이 두각을 나타냈다. 하이얼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 사이에서 위용을 뽐냈다.
프리미엄 라인인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냉장고, LG전자 시그니처 냉장고가 나란히 진열됐고 하이얼도 옆에 자리를 잡았다. 각 사 브랜드 로고를 가리고 외관만 본다면 어느 업체 제품인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냉장고와 세탁기 모두 성능이 동일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하이얼 제품 가격대가 낮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우선 따지는 소비자라면 구미가 당길 만해 보였다. 냉장고 매장 앞에서 만난 한 독일 중년 여성은 하이얼 제품 브로셔(소개 책자)를 들고 있었다. 그는 "지인이 하이얼 냉장고를 쓰고 있다. 괜찮다고 해서서 자툰에 온 김에 둘러봤다"고 했다. 하이얼이 중국 회사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삼성과 LG도 한국 기업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자툰은 세계 가전 시장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광고 규모나 할당된 부스의 넓이, 제품의 진열 위치 등이 모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그대로 반영해서다. 독일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예상보다 선전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도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만큼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는 유럽 현지 소비자들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베를린=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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