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와 함께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지난달 중국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일본 펀드 역시 엔화 가치 상승으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반면 연초 성과가 좋지 않았던 베트남 펀드는 무역분쟁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면서 올 7월에 이어 8월 글로벌 조정장에서도 견고한 모습을 보여줬다.
베트남펀드 '무역분쟁' 반사이익…中·日 펀드는 자금 이탈 '몸살'
자금 이탈·수익률 악화에 신음하는 中·日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펀드에서 1565억원가량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국 펀드는 7월에도 1656억원이 유출됐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중국 펀드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중국 펀드는 지난달 평균 3.12% 하락해 북미(-3.98%) 유럽(-5.12%)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도 22.17%에 달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럼에도 중국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다 홍콩 시위 장기화 및 증시 고점 논란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펀드의 지난 1개월 수익률은 -5.19%로, 북미·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에 비해서도 극히 저조한 성과를 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94%로, 주요국 중 가장 낮았다. 지난 한 달간 설정액도 147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 일본 펀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 미·중 무역분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가 뛰고 있어서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증시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4월 말 달러당 112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05엔대까지 떨어졌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고(高) 현상에 올 11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 우려까지 더해져 일본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펀드에 대해선 성급한 환매에 나서기보다 일단 흐름을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2일 발표된 중국의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0.4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해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PMI가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하며 35개월 만에 50선을 밑돈 것과 대조적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 속도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분쟁 수혜에다 실적 날개 단 베트남

반면 올 들어 주요국 대비 수익률이 저조해 ‘미운 오리 새끼’로 불렸던 베트남 펀드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베트남 펀드의 7월 수익률은 4.91%로, 주요국 펀드 중 가장 높았다. 지난달에는 0.58% 하락해 주요국 대비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펀드의 선전 요인도 미·중 무역분쟁에 맞닿아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를 피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나섰다”며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베트남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트남 증시 상장사들이 상반기 좋은 실적을 낸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베트남 종합주가지수인 VN지수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빈그룹 관련주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빈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89.6% 급증했다.

다만 최근 펀드 환매가 점차 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베트남 펀드에는 연초부터 7월까지 1415억원가량이 유입됐지만 지난달엔 372억원 유출로 반전됐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베트남 펀드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는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펀드의 자금 유출 현상이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연 6.76%로, 정부 목표치(연 6.6~6.8%)를 달성했다”며 “위험자산 확대 국면이 도래하면 베트남 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