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서울 미분양 주택이 54% 급증했다. 집값이 급상승 중인 데다 하반기 들어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서울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원인은 서울 길동 ‘경지아리움’의 영향이다. 이 아파트는 이례적으로 100% 미계약됐다. 7월 29~31일 전체 124가구 정당 계약에서 단 한 명도 계약하지 않았다. 경지아리움은 7월 중순 실시한 청약에 198명이 신청해 평균 1.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서 10개 주택형 중 소수 가구만 공급하는 5개 주택형만 마감됐고, 나머지는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이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예상보다 청약률이 낮게 나오자 그나마 청약한 사람들마저 모두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7월 미분양 통계에서 서울지역 미분양은 전월보다 54.5% 급증한 190가구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가 대거 미분양된 것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5호선 길동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중소 건설사인 경지건설이 공사한 뒤 분양하는 선시공·후분양 아파트다. 지하 1층~지상 16층의 아파트 124가구와 오피스텔 24실 등 148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아파트 124가구를 7월에 분양했다. 분양물량 전체가 전용면적 13~26㎡ 소형 주택형으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2억1400만~2억9900만원대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원룸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상품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수요자들이 외면했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분양가와 중도금 및 잔금을 단시간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계약 참패의 요인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