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家)의 사돈기업인 깨끗한나라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2017년 ‘생리대 릴리안 파동’ 이후 극심해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티슈 화장지 기저귀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모펀드(PEF)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등 이 회사 최대주주 일가는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삼일PwC 등 국내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 대표와 어머니인 구미정 씨, 여동생인 최윤수 나라손 대표, 남동생인 최정규 씨 등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보통주 기준) 35.8%로 다소 유동적이다. 깨끗한나라의 사돈기업인 희성그룹도 희성전자를 통해 이 회사 지분 28.3%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가 깨끗한나라 오너 일가와 희성전자 보유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사들여 단일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생리대 파동' 후 위기돌파 위해 최대주주 결단
안전성 입증에도 점유율·매출 '뚝'
새 최대주주 영입해 경영쇄신 포석
깨끗한나라의 매각 추진 배경엔 ‘생리대 파동’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불거진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 환경단체가 그해 8월 유통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이 중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해 12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깨끗한나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추락했다.
깨끗한나라 매출의 43.7%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두루마리 화장지만 2016년 17.1%에서 올 상반기 18.8%로 점유율이 늘어났을 뿐 나머지 제품은 모두 반토막 났다. 12.7%와 12.4%였던 생리대와 기저귀 점유율은 각각 6.8%와 5.6%로, 물티슈 점유율도 6.8%에서 4.9%로 떨어졌다.
깨끗한나라는 적자가 누적돼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자 지난 3월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시행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2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성적(3101억원)을 밑돌자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투자자를 최대주주로 영입해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깨끗한나라는 LG가의 사돈 기업이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부인 구미정 씨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깨끗한나라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지원에 나서 우군 역할을 해왔다. 희성전자가 깨끗한나라 지분을 보유하게 된 이유다. 깨끗한나라 매각 측은 매각 구조를 확정한 뒤 희성전자에도 지분을 함께 팔자고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깨끗한나라 시가총액은 879억원이다.
여러 국내 사모펀드(PEF)가 깨끗한나라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PEF 대표는 “1등 브랜드가 없는 게 약점”이라면서도 “물티슈, 생리대, 기저귀 등 모든 브랜드가 고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PEF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