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차기 집행위원단 구성…"美와 협력, 中과 관계 재설정"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차기 수장이 10일(현지시간) 기후변화와 디지털 시대, 인구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새 집행위원단의 구성과 주요 과제를 공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당선자(사진)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집행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을 포함한 27명 집행위원단의 주요 직책을 발표하고 향후 집행위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집행위원단은 행정부처 장관 또는 국무위원단에 해당한다. 집행위원단에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회원국별로 한 명씩의 집행위원이 참여해 5년간 집행위를 이끌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우리는 기후변화에 맞서 대담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미국과 우리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더욱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과 우리의 관계를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기 집행위원단은 우리의 가치와 세계적 기준을 옹호해야 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정책에 전념할 것”이라며 “나는 EU가 다자주의의 수호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는 네덜란드의 프란스 티메르만스 현 집행위 부위원장 등 8명의 부위원장이 기후변화와 디지털 시대 대응, 더 강력한 유럽 등 우선 과제에 집중하도록 요구했다. 이밖에 집행위원단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경쟁 분야는 덴마크 출신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현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 계속 맡게 된다. 그는 앞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애플과 구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인물이다.

차기 집행위원단은 EU 집행위 역사상 남녀 성비가 가장 균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EU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될 폰데어라이엔 당선자를 포함해 여성 13명, 남성 14명으로 구성됐다.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현 집행위원단은 총 28명 가운데 9명만이 여성이다. 여성 위원들은 차기 집행위원단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예정이다.

차기 집행위원단은 오는 10월까지 유럽의회 각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격 여부를 평가받은 뒤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인준 투표를 거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