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비밀회동 취소 관련 '내부반발 직면' 보도에 트럼프 격노"
"볼턴, 트럼프-김정은 거듭된 만남 좋아하지 않아…폼페이오와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분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보좌관 경질 상황은 전날 밤부터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경질을 발표하면서 "지난 밤 존 볼턴에게 그가 일하는 것이 백악관에서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면서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로 꼽히는 볼턴 보좌관과의 이견이 경질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동안에도 볼턴 보좌관의 입지 위축설, 대북 의사 결정라인 배제설, 거취 불안설 등이 지속해서 제기됐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윗을 보고 알 만큼 깜짝 발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경질 발표로부터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공동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다.
브리핑 주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이번 경질을 촉발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은 아프가니스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이슈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이견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 당초 지난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요 탈레반 지도자들과 가지려던 비밀회동 취소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볼턴 보좌관으로부터의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는 보도에 격노했다고 전했다.
CNN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 내 고위인사들 간의 불화가 전면적인 적대 관계로 발전해 볼턴 보좌관이 주도하는 측과 나머지 인사 간에 깊은 '단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볼턴 보좌관을 몰아내려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들의 캠페인이 최근 몇주 사이에 증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교체하라는 다수의 전화와 호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에 걸쳐 볼턴 보좌관의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관련 언급에 점점 더 격노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어젠다를 옹호하는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특히 볼턴 보좌관이 전날 오전 고위 관리들의 미팅(모임)을 주도했다면서 이날 경질이 급작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지난 6월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응한 대이란 보복 공격 취소와 같은 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등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최근 몇 달 새에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긴장이 더욱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선호했고, 북한의 최근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등 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는 것이다.
NYT는 특히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할 당시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예정됐던 몽골방문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과 관련해 볼턴 보좌관에게 실망했으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5월 일본 방문 당시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다르게 본다"면서 의미를 축소해왔다.
NYT는 이란 정권교체는 볼턴 보좌관의 오랜 목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권교체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 같은 아이디어를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간 갈등의 핵심에는 뿌리 깊은 철학적 차이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의 군사적 도전에 깊은 회의를 가지고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약속한 반면, 볼턴 보좌관은 워싱턴의 가장 거리낌 없는 매파이자 국가이익 수호를 위한 동정심 없는 '미국의 힘' 주창자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불화를 정책 이견뿐 아니라 '개성' 차이에서도 기인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에게 결코 부드럽게 대하지 않았고, 이는 종종 백악관에서 '치명적인 다이내믹(역학)'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충돌했다고 NYT는 전했다.
WP는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거듭된 만남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란과의 직접 협상과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일원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해왔다고 전했다.
지난 5월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존(볼턴)이 맡았다면(If it was up to John), 지금 4개의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트럼프 행정부 한 고위관리의 언급을 전한바 있다.
WP는 볼턴 보좌관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과 러시아 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TV에 출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WP는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과의 긴장이 최근 몇개월 사이 더 격화됐다면서 볼턴 보좌관은 개인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비판하고,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의 비유연성과 비타협적 관점을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