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비용 200만원 이상…건강검진·건강보험도 등장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 동물을 위한 건강검진이나 사람과 똑같이 장례를 치르거나 애완동물의 생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족'의 자택에 꽃으로 장식한 제단을 설치하고 유해를 관에 넣어 안치한 후 승려가 극락왕생을 비는 독경까지 하는 장례식도 드물지 않다.

비용도 세금을 빼고 20만 엔(약 222만 원)이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부유층 중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나절에 걸쳐 치매, 당뇨병 등 10가지 질병 유무를 검사하는 9만5천 엔(약 15만 원)짜리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가 하면 아예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많다.

'애완동물과 함께 잠들 수 있는 묘지'를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비석 대신 수목으로 장식하는 이들 묘지는 세금 포함 150만 엔(약 1천670만 원)짜리부터 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도 고령화하면서 요양원에 해당하는 '노견(老犬)홈'도 생겨나는 등 반려동물 건강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육주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1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오사카(大阪)시에 사는 가와타 하쓰미(川田初美.56)씨는 올 봄 14살짜리 암컷 토이푸들 '란짱'을 잃었다.

사망 원인은 심부전이었다.

생화로 장식한 제단 앞에서 사찰 주지가 독경을 했다.

'유족'이 모여 앉은 앞에는 등나무로 만든 작은 관이 놓였다.

유해가 담긴 등나무 관은 장례의식이 끝난 후 화장했다.

가와타씨에게 란짱은 가족과 다름 없는 존재였다.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부친을 돌보기 위해 고베(神戶)시에 있는 친정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하는 가운데 지친 몸을 이끌고 심야에 귀가하면 언제나 애견이 반겨주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독경을 하던 주지가 "당신이 울면 죽은 개도 슬퍼한다"고 말하는 바람에 겨우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오사카시 소재 장의업체인 유니퀘스트가 4월에 판매를 시작한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 곳에서는 개나 고양이, 햄스터, 토끼, 새 등 여러 종류의 애완동물 장례도 취급한다.

보통 시세보다 비싼 5만 엔(세금 제외)짜리가 가장 싼 장례 서비스다.

최근에는 그냥 화장만 하는게 아니라 의식에 신경을 쓰는 사육주도 늘고 있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소재 '펫세리모니 웨이비'는 '발자취 플랜'이라는 장례 서비스를 20만 엔(세금 제외)에 제공한다.

비용이 갈수록 고가화하는 추세다.

유족의 자택에 꽃을 장식하고 제단을 설치하는가 하면 유해는 오동나무관에 안치한다.

도쿄도(東京都)내의 부유층에서는 대리석이나 도자기로 된 납골항아리가 인기다.

이노우에 미쓰루(井上充. 39) 펫세리모니 웨이비 사장은 "사람과 똑같이 자신만의 장례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묘원과 묘석사업을 하는 '야시로'(오사카시)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잠들 수 있는 묘'를 판매하고 있다.

묘석 대신 수목으로 장식하는 세금 포함 150만 엔 짜리 상품이 잘 팔리며 애완동물과 같이 들어갈 묘자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묘를 장식할 플레이트에 반려동물에 대한 추억을 담은 말이나 그림을 새길 수도 있다.

도쿄 하라주쿠(原宿)에는 '펫로스 카페'가 등장했다.

펫로스는 애완동물과 사별하거나 반려동물이 행방불명 또는 도난당했을 때 발생하는 사육주가 겪는 질환 또는 심신의 여러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려동물 추모기구를 제조, 판매하는 '인러빙메모리'가 직영점으로 설치했다.

내방객이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이 가게의 점원은 반려동물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의 80%는 여성으로 홋카이도(北海道)나 오키나와(沖繩) 등 멀리서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고령에 속하는 7살 이상 개의 비중은 작년 55.7%로 2010년에 비해 7.9%포인트 높아졌다.

7살 이상 고양이의 비중도 47.3%로 같은 기간 5.3% 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고령화하는 반려동물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교토부(京都府) 교탐바초(京丹波町)에 있는 '노견홈안'은 사육주가 맡긴 80여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대부분 치매나 당뇨병을 앓는 늙은 개들이다.

후쿠시마 게이타로(福島耕太郎. 49) 사장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이 수의사와 함께 24시간 돌보며 비용은 월 2만7천 엔부터다.

교토시에 있는 우쿄(右京) 동물병원 헬스케어센터에서는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10가지 종류의 검사를 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 '프리미엄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나절이 걸리는 해당 서비스의 비용은 9만5천 엔으로 질병 조기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히라노 류지(平野隆爾. 33) 원장은 "병에 걸린 반려동물을 보는 건 끔찍하다"며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애완동물 건강보험 가입도 늘고 있다.

'SBI생생소액단기보험'은 작년에 개 등 애완동물의 가입 상한연령을 '7살11개월'에서 '11살11개월'로 높인 결과 신규 계약이 개정전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유력 반려동물보험업체인 나니콤손해보험이 작년에 계약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애완동물에 지출하는 비용은 개가 전년 대비 7.7% 증가한 연 48만 엔(약 534만 원), 고양이는 10.5% 늘어난 연 23만 엔(약 255만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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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