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팜 인터뷰] 환테크 참아야…"달러·엔 고점? 반대 포지션 잡으면 쫄딱 망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환(換)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사진)은 "항상 시장이 고점에 도달했을 때 투자자들이 몰린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환테크를 시도할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현금 보유로 유동성을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유리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한경닷컴>은 9월 초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민경원 이코노미스트(31)를 만나 환 투자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외환 투자, 당분간 손 떼라…현금 보유가 최선"

미국과 중국의 지루한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고 뜯는 둘 만의 싸움인 줄 알았던 무역분쟁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자금들은 기초여건이 탄탄한 선진국 통화로 몰려들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10일 기준)는 98.24로 100에 가까워졌고 달러 당 엔화 역시 1달러에 107.36엔으로 지난 7월 고점인 108.81엔에 근접하고 있다.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달러, 엔화 등에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 엔화 역시 이미 모두 고점에 왔다는 판단입니다. 달러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엔화에 투자하기는 너무 늦었습니다. 일본은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 달러에) 환율 레벨을 양보하진 않을 것입니다. 또 사용할 수 있는 재정, 통화정책의 수단도 많지 않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하는 주식과 반대되는 위치(포지션)에 있는 종목에 함께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 수혜를 보는 기업을 매수하면서 반대로 상승기에 손해를 보고 있을 기업을 싼 값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선진국 통화가 고점에 왔다고 해서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차라리 현금을 들고 불황기를 보낸 이후 투자 적기를 찾아보라고 권했다.

"지금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경기 사이클이 둔화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도 부진한 상황이며 신흥국은 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흥국 통화에 투자를 하면 '쫄딱' 망할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통화 투자를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금은 최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불황기가 지난 이후의 기회를 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황기가 지나 환에 투자한다면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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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그 때 살까요?…개인, 현물환 투자 하지 말라"

‘기·승·전·그 때 살까요?' 민 이코노미스트가 환율 관련 세미나에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러 만능주의가 팽배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전쟁이 날 것 같으면 라면과 물을 사는 것처럼 큰 일이 벌어지면 달러부터 산다는 것이다.

"개인들은 '무조건 사고보자' 식의 달러를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을 때도 '지금이라도 빨리 달러를 사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문제는 환에 대한 기본 지식이 깔려있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하는 현물환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환 투자에 접근할 때는 포트폴리오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환만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면 개인들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달러 ETF 등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현물에 투자하는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이런 분들은 최소 원·달러 환율 200~300원의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셨습니다. 큰 이익을 노리고 투자하시지만 투자 방법은 흔히 말하는 '기도매매', 한 번 투자를 하시면 손절하고 재매수 하는 등의 방식 없이 기다리는 분이 대다수입니다."

"환 투자는 다른 자산의 수익률을 보완하는 성격(헤지·위험회피), 즉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상품에 투자하실 때도 환 노출도를 조절해가면서 투자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환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 금리 연동형 펀드 등에 가입을 하면 환에 직접 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환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 아래 우회적으로 투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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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투자할 수 있어'

민 이코노미스트는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 만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투자를 시작하라는 조언이다.

"먼저 환 투자를 하려면 환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달러를 하나의 상품이라고 본다면 이것을 살 때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환율입니다. 경제학적으로 얘기하면 타국 통화화의 교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식은 어려울 것 같고 금은 비싸고, 그래서 달러라는 환에 투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접근 방식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 다음은 목표 수익과 손절 라인을 확실하게 정하고 가야합니다. 전문가들의 경우 10%를 목표 수익률로 잡고 -4%가 넘어가면 손절을 합니다. 하지만 개인들의 경우 일단 사놓고 무작정 오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철저하게 분할 매수 등을 통해 환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양대학교 경역학과를 졸업했다. 학부생 때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기업 분석, 전략 제시보다는 거시 경제에 매력을 느꼈다. 2016년 NH선물 리서치센터에서 외환(FX) 리서치를 담당했고 2017년 우리은행 트레이딩부로 자리를 옮겨 FX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