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나…당혹스럽다"
靑 "불 같이 화내…원치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해"
국가기록원-靑비서관 내용 공유했으나 대통령에 보고안돼…"안일한 대처" 지적도
文대통령 "개별 대통령기록관 원치 않아" 격노…백지화 수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2022년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을 만들겠다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의 전날 발표와 관련, "나는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개별기록관은 국가기록원의 필요에 의해 추진하는 것으로 국가기록원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개별기록관 건립을 지시하지도 않았으며, 그 배경은 이해하지만 왜 우리 정부에서 시작하는지 모르겠다.

당혹스럽다"는 언급을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해당 뉴스를 보고서 당혹스럽다고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며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그렇다면 개별 기록관 건립은 백지화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국가기록원의 판단에 의해 추진된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국가기록원에서 결정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강경한 어조로 "원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실상 백지화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고 대변인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해당 뉴스를 본 뒤에야 "당혹스럽다"는 언급을 했다.

이를 두고 이런 사안이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고 예산까지 편성된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개별기록관 설립 추진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기록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과 정례적인 정책간담회에서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런 내용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국가기록원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며,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결재가 필요한 사안이 아닌 만큼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책간담회 역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을 뿐 청와대의 허가를 얻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측도 조 비서관과의 간담회에서 주요 추진경과를 공유했으나 청와대 지시를 받고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기록원 자체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개별기록관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문대통령 "개별 대통령기록관 원치 않아"…백지화 지시 / 연합뉴스 (Yonhapnews)
고 대변인은 "마치 대통령의 지시로, 혹은 대통령의 필요에 의해 개별 기록관을 만드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야당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원해서 건립하라고 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퇴임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기록원은 문 대통령 기록관이 첫 사례가 되며 2022년 5월을 목표로 172억원을 들여 3천㎡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록원은 설립 추진 배경에 대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나오는 기록물이 점점 늘어나는 데다, 현재 세종시에 있는 통합 대통령기록관의 서고 사용률이 83.7%에 달해 보존시설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증축보다는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는 것이 예산을 더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전 대통령들과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국민 혈세로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뻔뻔한 시도까지 들켰다"며 "국민을 개나 돼지쯤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할 일"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