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버리지 마세요"…명절이 두려운 반려견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명절 등 연휴기간 유기동물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명절기간 자원봉사자 발길이 줄면서 인력이 부족한 유기동물 보호소와 동물보호단체는 추석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전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 등록된 유기동물은 2383마리에 달했다. 연휴 다음날인 27일 하루에만 644마리가 유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설 연휴 기간(2월 1~7일)에도 1355마리가 유기동물 시스템에 등록됐다. 대구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최영자 씨는 “명절 기간 전후 보호소에 새로 들어오는 유기견이 평소보다 30%가량 늘어난다”며 “보호소 앞에 강아지를 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지방에 가는 길에 고속도로 등 위험한 장소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유기견·유기묘 등을 돌보는 유기동물 보호소들은 추석을 앞두고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보호하는 동물 수는 많아지지만 청소 등 일을 하던 자원봉사자가 명절에 급감하기 때문이다. 한 보호소 관계자는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주로 와서 자원봉사를 하지만 연휴에는 오지 못한다”며 “추석 때 단 두 시간이라도 좋으니 자원봉사자 도움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관계자는 “연휴 땐 자원봉사자가 적어 교육이나 행정 등 다른 일을 하는 직원이 동물을 돌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연휴를 대비해 ‘반려동물 유기 방지 캠페인’에 나섰다. 동물보호단체 어웨어와 한국도로공사 충북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에 동물 유기가 불법 행위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다. 카라의 조현정 활동가는 “2014년부터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등록률이 약 30%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하고, 동물 유기는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지만 실제로 부과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며 “동물 관련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