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강경파 볼턴 '트윗 경질'…북핵 빅딜 해법에 변화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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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파' 볼턴 17개월 만에 전격 해임
외교 정책 놓고 사사건건 마찰
美, 대북정책 달라지나
외교 정책 놓고 사사건건 마찰
美, 대북정책 달라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마지막 네오콘(신보수)’ ‘슈퍼 매파(초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 경질이 미국의 협상 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트럼프 “볼턴과 의견 많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지난밤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강력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오전에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외교안보 정책 이견이 경질 배경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의 빈자리는 일단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4월 취임 후 1년5개월 만이다. 볼턴 경질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알았을 만큼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이견을 노출하며 경질설에 휘말렸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작은 무기들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공개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수행 때도 배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경질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이던 폼페이오에 대한 볼턴의 승리(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 취소) 이후 곧바로 이뤄졌다”며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권력 다툼’으로 해석했다.
볼턴은 이날 WP에 문자를 보내 “분명히 해두자”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경질한 게 아니라) 내가 사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안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 미·북 협상 영향 촉각
한국 정부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볼턴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빅딜’(포괄적 일괄 타결식 북핵 해법)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전엔 북한이 반발해온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북 강경파인 볼턴의 경질이 빅딜 전략 폐기 또는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권이 오래전부터 약화돼 미·북 대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온건파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되레 대북 협상에 대해 정부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볼턴 보좌관 경질 소식에 북한이 반색할 수는 있지만 협상이 급격히 진전될 것이란 관측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미 수개월 동안 백악관 내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볼턴의 사임을 몰랐느냐’는 질문엔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웃어넘겼다.
북한은 그동안 볼턴을 향해 원색적 막말을 퍼부으면서 거부감을 보여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월 볼턴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5월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볼턴을 겨냥해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볼턴이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에서 빠진 건 우리로선 긍정적 요인”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실무협상, 남북한 간 관계 개선 등에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트럼프 “볼턴과 의견 많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지난밤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강력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오전에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외교안보 정책 이견이 경질 배경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의 빈자리는 일단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4월 취임 후 1년5개월 만이다. 볼턴 경질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알았을 만큼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이견을 노출하며 경질설에 휘말렸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작은 무기들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공개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수행 때도 배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경질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이던 폼페이오에 대한 볼턴의 승리(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 취소) 이후 곧바로 이뤄졌다”며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권력 다툼’으로 해석했다.
볼턴은 이날 WP에 문자를 보내 “분명히 해두자”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경질한 게 아니라) 내가 사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안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 미·북 협상 영향 촉각
한국 정부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볼턴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빅딜’(포괄적 일괄 타결식 북핵 해법)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전엔 북한이 반발해온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북 강경파인 볼턴의 경질이 빅딜 전략 폐기 또는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권이 오래전부터 약화돼 미·북 대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온건파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되레 대북 협상에 대해 정부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볼턴 보좌관 경질 소식에 북한이 반색할 수는 있지만 협상이 급격히 진전될 것이란 관측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미 수개월 동안 백악관 내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볼턴의 사임을 몰랐느냐’는 질문엔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웃어넘겼다.
북한은 그동안 볼턴을 향해 원색적 막말을 퍼부으면서 거부감을 보여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월 볼턴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5월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볼턴을 겨냥해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볼턴이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에서 빠진 건 우리로선 긍정적 요인”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실무협상, 남북한 간 관계 개선 등에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