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교통안전 개선 위해 범칙금 대폭 인상…주 정부 등은 반대
범칙금이 서민 월급 규모?…인도 교통법규 강화에 '찬반논란'
"교통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해마다 15만명이 교통사고로 숨진다는 점이 걱정되지 않나.

"(니틴 가드카리 인도 교통부 장관)
"서민이 한 달 치 월급을 범칙금으로 내게 되면 그 가족은 굶어야 한다.

"(마하라슈트라주 주정부 관계자)
인도 연방정부가 무질서한 것으로 악명높은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범칙금을 최대 10배가량 올리면서 현지에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12일 힌두스탄 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각종 범칙금과 벌금을 대폭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헬멧 미착용의 경우 범칙금은 기존 100루피(약 1천670원)였으나 1천루피(약 1만6천700원)로 10배나 뛰었다.

음주 운전 벌금도 2천루피(약 3만3천원)에서 1만루피(약 16만7천원)로 인상됐다.

이 밖에도 과적, 과속, 교통신호 위반, 구급차 진로 방해 등 여러 항목의 범칙금이 역시 최대 10배 올랐다.

정부는 새 제도 도입과 함께 단속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와중에 여러 항목을 동시에 위반해 큰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운전자가 속출했다.

가장 화제가 된 이는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의 트럭 운전사로 한 번에 14만1천600루피(약 23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톤(t) 단위로 과적 범칙금이 매겨진 데다 등록증 등 서류 관련 범칙금이 추가됐다.

2016년 세계은행 통계 기준 인도 개인 연평균 소득이 1천670달러(약 2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현지 웬만한 근로자의 연봉보다 큰 규모다.

이 밖에도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법규 위반으로 2만3천루피(약 38만원)를 낸 운전자 등 고액 범칙금 납부자의 예가 연일 현지 매체에 소개되고 있다.

마하라슈트라주의 주정부 관계자는 "1만∼2만루피는 택시 운전사 등 서민에게는 한 달 치 월급 규모"라며 "갑자기 그런 범칙금을 물게 되면 해당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구자라트 등 일부 주 정부는 자체 규정을 도입, 범칙금 규모를 크게 줄이겠다고 나섰다.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주 주총리는 "개정된 자동차법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연방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바네르지 주총리는 "이 법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범칙금을 올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제도 도입에 앞장선 니틴 가드카리 장관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세수 증대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 도입을 거부하는 주에 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는 전반적으로 도로 사정이 열악한 데다 운전이 과격하고 교통법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해마다 15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수도 뉴델리 시내에서는 역주행하는 차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진출입로를 지나친 차량이 그 자리에서 곧바로 후진해 원하던 길을 찾아가는 장면도 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