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사업 사실상 좌초…외국인투자자, 한국정부·제주도 상대 법적다툼
녹지병원건물, 소송전 끝나야 활용방안 단초 …장기간 방치예고
JDC, 제주 예래단지·녹지병원 "구체적인 대안 제시 어려워"
녹지국제병원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등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진 제주의 대규모 외국 투자 개발사업 대안 마련이 공전하고 있다.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이하 예래단지)에 대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구체적인 사업 대안을 주민에게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주민과 토지주의 공감 없이 사업 재추진 방안을 확정해 무리하게 다시 사업을 진행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와 대외적인 환경변화를 고려한 시나리오별 사업 재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송이 일단락되면 도민과 함께 새로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도민들과 개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예래단지 개발사업 투자자인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은 지난 7월 국제투자분쟁 중재의향서를 제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절차를 시작했다.

버자야는 중재의향서를 통해 "제주 예래단지 개발 과정에서 JDC와 대한민국 법원이 버자야를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등 '한-말레이시아 투자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협정(BIT)'에 규정된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약 4조4천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중재의향서는 ISD를 제기하기 전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합의할 뜻이 있는지 묻는 절차다.

양측이 90일 내로 합의하지 못하면 정식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JDC, 제주 예래단지·녹지병원 "구체적인 대안 제시 어려워"
버자야가 참여한 예래단지 개발사업은 2017년까지 2조5천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예래동 일대에 콘도미니엄과 5성급 호텔, 쇼핑센터, 의료시설, 박물관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3년 첫 삽을 떴지만 2015년 3월 대법원이 국토계획법상의 유원지 정의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업 무효 판결을 내려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고소득 노년층 유치와 관광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휴양형 주거단지를 주민복지시설인 유원지에 인가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2015년 8월 공사는 중지됐으며, 이후 행정당국의 예래단지 사회기반시설 조성 인허가 역시 무효로 결정 났다.

버자야는 JDC가 제공하기로 한 토지를 놓고 수용처분이 적법한지 따지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2008년 합작 투자계약 체결 때 고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내려진 대법원의 수용재결처분 취소 판결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ISD 예고에 앞서 버자야는 JDC를 상대로 3천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제주도를 상대로 2억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JDC, 제주 예래단지·녹지병원 "구체적인 대안 제시 어려워"
의료사업이 취소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병원 건물도 장기간 비어 있는 채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이사장은 "녹지그룹과 인허가권자인 제주도가 소송을 진행 중"이라면서 "소송 경과를 주시하며 녹지병원 건물 활용 방안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소송 결과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 제한 등의 조건 없이 온전히 개설허가를 얻는다면 녹지그룹은 녹지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며 "(녹지그룹이 병원 의사가 여전히 있고) 아직 법원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JDC는 (영리병원 운영 재개 가능성을 전제로) 의료관광과 헬스케어타운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유치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소송 결과 녹지그룹이 온전한 개설허가를 얻지 못할 경우 녹지그룹과 제주도 등과 협의해 병원 건물 활용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녹지그룹이 인허가권자인 도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장기간 녹지병원 건물에 대한 활용방안 마련이 어렵다는 의미다.

인허가권자인 도는 4월 녹지병원에 대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도는 "병원에 대해 조건부 개설허가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도 병원 개원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개원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없었다"며 의료법 64조에 따라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그러자 녹지병원을 운영하는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5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JDC, 제주 예래단지·녹지병원 "구체적인 대안 제시 어려워"
이에 앞서 녹지제주는 도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조건부 병원 개설허가에 대한 취소소송도 했다.

녹지제주는 내·외국인을 모두 포함해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기관 허가 취소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소송은 현재 피고 측인 도의 답변서만 제출돼 있고 아직 심리가 개시되지 않아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녹지병원 외에 헬스케어타운 2단계 조성 공사는 올해 재개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