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오늘 좀 쉬겠습니다.” “오늘 집에서 맥주 만드는 날이거든요. 못 나가겠습니다.”만약 직장에 이런 사유로 결근하겠다고 하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 “회사 그만 다니고 싶냐”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 테니, 보통은 지어내서라도 그럴듯한 핑계를 대겠지요. 하지만 이런 ‘지나치게 솔직한 ’연차 사유를 당당히 써내고도 인정받던 직장이 있었습니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건설 현장이었습니다.흔히 피라미드 건설이라고 하면 수많은 노예들이 감독관의 채찍을 맞아 가며 고통스럽게 돌을 나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 등 미디어들이 만든 고정관념이지요.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얘기는 이런 생각과 정반대입니다. 이들은 귀한 소고기를 먹고, 수술을 비롯한 최첨단 의료를 누렸으며, 각 부서별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신나게 일했던 직장인들이었습니다.최근 이집트를 방문해 피라미드와 이집트대박물관(GEM)을 취재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피라미드의 풍경과 기록 및 서적들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던 ‘그때 그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피라미드, 어떻게 지었을까이집트의 역사는 깁니다. 아득할 정도로 깁니다. 고대 국가로서 이집트의 기틀이 잡힌 건 기원전 36세기경. 기원전으로만 따져도 3600년에 달하는데, 우리 역사로 치면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의 두 배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세월입니다. 그중 주요 거대 피라미드들이 건설된 시기는 '고왕국'이라 불리는 기원전 26세기경. 지금으
외국을 여행하는 중에 축제나 명절같이 특별한 행사를 만나는 건 무척 기쁜 일이다.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과 음식, 사람들의 신나는 표정이 있을 테니까. 작년 초, 베트남 호찌민에서 한 달간의 긴 여행을 준비할 때도 그런 마음으로 일부러 신경 써서 일정을 짰다. 베트남의 설 연휴는 그렇게 길고 거하다는데, 꼭 체험하고 싶었기에.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길어도 너무 길다. 베트남의 설날인 뗏(Tết) 연휴는 짧아도 일주일이고 보통은 열흘가량인 데다 심지어 2~3주씩 휴가를 주는 회사도 많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직선거리로 계산해도 약 1650km이니 실제 이동거리는 더 길다. 그런 만큼 기후와 풍습도 꽤 차이 나는데, 남부 호찌민의 설날은 기온 30도를 훌쩍 웃돌지만 북부 하노이는 20도 전후로 체감 기온은 훨씬 쌀쌀하다. 이 먼 길을 수많은 사람이 대중교통과 오토바이로 이동해야 하니 연휴가 길어질 수밖에. 본격적인 뗏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상점 문에는 휴무 일정 안내문이 붙으니 미리미리 확인해두지 않으면 낭패 보기 쉽다. 나는 무심히 가까운 세탁소에 빨래를 맡겼다가 열흘간 찾지 못할 뻔했다. 아슬아슬했다, 휴.뗏 당일엔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며 카페를 찾아 헤매다 여섯 번째 시도 만에 겨우 문 연 곳을 찾았는데, 음료를 주문하니 할증 요금이 붙는다길래 흠칫했다. 뗏 기간에는 카페나 식당, 택시 요금, 음식 배달 요금 등에 20~30%가량의 할증이 붙는다. 남들 쉴 때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랄까. 대신 이 시기엔 드물게 한가로운 호찌민 시내를 즐길수 있다. 그 많던 오토바이가 절반, 아니 3분의 1로 줄어든다. 대기 오염 지수마저 반짝 좋아
우주의 시작점은 인류에게 경이와 연구의 대상이다. 약 140억 년 전 어느 시점에는 ‘어제’가 존재하지 않는 첫날이 있었다. 우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런 질문에 다다른다. ‘이 모든 것은 어디서 왔을까.’<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는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양자물리학자와 천체물리학자가 함께 쓴 우주 이야기다. 크리스 페리는 호주 시드니공과대 양자소프트웨어·정보센터 부교수로서 양자정보과학을 연구하는 한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학서를 다수 썼다. 아무 데나 양자물리학의 개념을 갖다붙이는 ‘헛소리’를 논파하는 양자물리학 입문서 <괴짜 교수 크리스 페리의 빌어먹을 양자역학>도 국내에 소개돼 있다. 같은 대학의 조교수인 게라인트 F. 루이스는 네 아버지의 아버지로, 밀리언셀러 <아이들을 위한 양자역학>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 50여 권을 집필했다.책은 우주의 일생을 따라가며 우주가 탄생한 순간과 우주를 형성한 힘을 설명한다. 즉, 이건 우주 이야기다. 양자 역학을 곁들인. “양자와 우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리고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하늘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이 책에서 가장 ‘과학적’인 부분은 후반부다. ‘우리는 왜 아직 답을 찾지 못했을까?’ 묻는 소제목 아래 천문학자의 관측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옳았다’는 사실만 증명하고 있는 상황을 난처하게 바라본다. 뜻밖의 징조가 매번 발견되고 연구되지만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리학자가 바라는 것은 현재의 이론으로 설명 불가능한 자연현상에 관한 단서다.” 지금까지 과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