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물려준 자리서 8년간 활동…IT매체들 "스트리밍 사업 경쟁 때문"

밥 아이거(68)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이사회에서 사임했다고 CNBC 등 미 IT·경제 매체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거는 2011년부터 8년간 애플 이사를 지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별세하면서 물려준 자리다.
아이거는 공교롭게도 애플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TV+(플러스) 출시를 발표한 지난 10일 이사회에 사직서를 냈다.

이를 두고 미 IT 매체에서는 디즈니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출시를 준비해 애플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 상황 때문에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를 떠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디즈니와 애플이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해 여러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아이거가 애플에서 활동하는 운신의 폭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거는 "애플 이사회에서 8년간 일한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자 특권이었다"면서 "팀 쿡 CEO와 애플 팀에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고자 한다.

애플은 제품의 질, 통합성 등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거가 애플의 가장 믿을 만한 사업 파트너 중 하나인 디즈니를 이끌어온 CEO로서 우리 이사회에서 매우 모범적인 활동을 했다"면서 "무엇보다 그는 우리의 친구"라고 말했다.

아이거와 애플의 인연은 잡스가 만든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가 맺어줬다.

잡스는 '토이 스토리'로 유명한 픽사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닦고 애플로 돌아왔다.

디즈니는 잡스에게서 픽사를 인수한 뒤 이를 '디즈니 픽사'라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키웠다.

2005년부터 디즈니를 이끌어온 아이거는 생전에 잡스와 친분이 매우 두터웠다.

CNBC는 경쟁 문제로 애플 이사회를 떠나는 유명 기업인으로는 아이거가 처음은 아니라면서 2009년에는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경쟁 때문에 애플 이사회를 등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