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아(24)씨의 하루는 이메일함을 열면서 시작된다.

업무용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아하는 만화가 '이다'가 보내주는 창작물 '매일마감'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오늘 '매일마감'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 기대해요.

그 덕에 출근길이 덜 힘들죠"
좋아하는 작가의 만화나 에세이 등 콘텐츠를 매일 메일로 받아보는 구독 문화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작가들 사이에선 출판사나 중계 플랫폼 없이도 독자에게 작품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독자 개척의 장으로 주목을 끈다.

젊은 작가들은 새로운 구독 문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또, 매일 메일함을 열어 누군가의 글이나 그림을 받아 본다는 건 어떤 즐거움일까.

메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두 명과 이들의 독자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턴액티브] "매일 메일로 작품을"…2030세대의 新구독 문화
"요즘은 만화 매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작가가 어딘가에 작품을 싣는 일이 예전처럼 쉽지 않아요.

그래서 게을러지기 쉬운데, '매일마감'을 하면 무조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니 성실하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다 작가가 참여 중인 '매일마감'은 총 4명의 작가가 함께 만드는 일간 잡지다.

구독자는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원고 두 편씩을 메일로 받는다.

지난 5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매일마감'은 SNS에서 반응이 좋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매일마감에 실린 글이나 그림을 인용한 트윗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독자들이 SNS를 통해 작품 속 내용에 공감을 표하거나 감상평을 나누는 식이다.

문보영 시인은 지난해 겨울부터 독자에게 메일로 일기를 보내는 '일기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문 작가는 "일기 딜리버리 덕분에 전업으로 작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일간 구독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에 응한 세 명의 독자는 공통으로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서정인(16)양은 이동할 때 대중교통 안 등에서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문 작가의 일기를 읽는다.

그는 "마치 웹툰처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며 "일기라는 형식으로 작가의 일상을 전해주는데 한정판 책을 사보는 느낌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석 달째 매일마감을 구독 중인 이선희(26·가명)씨는 일간 구독 서비스의 장점으로 "작가들의 신선한 기획을 따끈따끈할 때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매일마감에는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가 자주 시도돼요.

최근 가장 재밌게 본 코너는 '공포 영화 대신 봐 드림'인데요.

공포 영화가 무서워서 혼자 보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작가가 보고 후기를 들려주는 것이 신선했어요"
메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독자가 직접 창작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작가가 독자의 작품을 받아 다음 연재에 싣는 양방향의 창작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다 작가는 매일마감을 통해 간단하게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고 독자가 그린 그림을 싣는 '매감미술학원'이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인턴액티브] "매일 메일로 작품을"…2030세대의 新구독 문화
문보영 시인은 매달 첫 번째와 마지막 일기는 이메일이 아닌 우편으로 보낸다.

작가가 손글씨로 쓴 편지 형식의 일기를 받는 셈이다.

"요즘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과 군인도 구독을 많이 해요.

해외 교포는 한국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아서, 군인은 누군가에게서 편지가 날아오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군대에서는 편지가 소중하잖아요.

"
문 작가는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던 시절부터 자신의 일기를 읽어준 독자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시작부터 제 일기를 읽어준 독자들이 있어요.

제가 성장하는 모습, 아파하는 모습 등 여러 가지 문보영을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독자가 마치 제2의 부모처럼 느껴지죠. 앞으로도 독자와 제 일상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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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