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지역경제 더 위축 우려"…운영단체 "주민과 공존 모색"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에 만들어진 난민센터가 정식 운영을 앞두고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고 있다.

동두천 난민센터, 주민들 반발에 개소 무기한 연기
센터를 운영할 천주교 의정부교구와 시민단체는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센터 개소를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센터가 만들어진 동두천 보산동은 과거 동두천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지역이다.

현재는 미군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예전보다 활기는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미군 등 외국인을 상대하는 식당과 상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일대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치적, 종교적 탄압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난민들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며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렵다는 국내 난민 지위 인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두천 보산동 일대는 오래전부터 미군들과 함께 생활해 주민들이 외국인에 대한 이질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임대료가 저렴한 집들이 많아 난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보산동 일대에만 약 700명의 난민이 거주하며 난민들이 만든 공동체와 이들을 돕는 지역 종교, 시민단체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난민을 대상으로 사목 활동을 해온 가톨릭 의정부교구는 올해 난민센터 설립을 추진해 최근 보산동에 센터를 완공했다.

지상 2층 면적 약 250㎡ 규모의 센터는 주로 난민 가정을 비롯한 외국인 어린이와 청소년 공부방과 함께 난민들 국가별 모임 장소 등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가톨릭 의정부교구는 지난달 29일 완공된 센터에서 개최한 축복식에 이어 지난 9일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센터 운영 소식에 반발한 주민들이 이달 초 시청을 항의 방문하며 센터 운영은 시작도 전에 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은 "센터에 난민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주민들이 위협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사전에 주민들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만난 한 보산동 주민은 "미군 기지 이전으로 보산동을 비롯한 동두천시 전체가 인구도 줄고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데, 난민 관련 시설이 계속 만들어 지면 지역이 더욱 위축되지 않겠냐"며 걱정을 표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양주시위원회는 "동두천 난민센터 개소를 환영한다"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교구 측은 9일 개소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재 건물에 붙어 있던 가톨릭 난민센터 명패도 떼어진 상태다.

교구 관계자는 15일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난민이 지역에서 주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이해와 양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요구사항도 있어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협의가 될 때까지 센터는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