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15일 오후 1시55분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처음으로 인수했던 기업인 세하를 투자 5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내놨다. 온라인쇼핑이 늘어나면서 세하의 주력 제품인 백판지 수요가 증가하고, 회사 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지금이 세하를 매각할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마켓인사이트] 유암코 첫 인수기업 세하, 5년 만에 매물로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는 최근 세하 매각을 맡을 주관사를 선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최근 주요 증권사 및 회계법인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오는 19일까지 RFP를 접수한 뒤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공개매각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가 가지고 있는 세하 지분 71.64%와 428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이다.

세하는 1984년 설립돼 1996년 상장한 제지업체다. 제과, 제약, 화장품 등의 포장재인 SC마니라지, 아이보리지 등 범용 백판지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세하의 국내 백판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5.7%로 한솔제지, 깨끗한나라에 이어 3위다. 세하는 2005년 카자흐스탄 광구 유전 개발 등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지만, 사업 부실이 불거져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그 결과 2013년 말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을 신청했다.

그전까지 부실채권(NPL) 투자에 주력하던 유암코는 회생기업 M&A에서의 구조조정 기법을 워크아웃에도 적용, 2014년 10월 세하를 인수했다. 산업은행 등이 갖고 있던 채권을 인수한 뒤 이를 출자전환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현재는 1조6000억원가량을 운용하는 유암코의 첫 기업 인수작이었다. 이후 유상증자와 시설 투자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가 세하에 투자하기 위해 2014년 9월 결성한 펀드(유암코워크아웃제일차기업재무안정 PEF)의 만기가 올해로 다가온 점도 매각 이유로 꼽힌다.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던 세하는 2016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하의 2015년 영업손실은 84억원이었지만, 2016년엔 영업이익 109억원을 냈다.

세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150억~200억원 수준이다. 매각 가격은 100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서 ‘프리미엄’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제지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의 관심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