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아침에 눈을 뜬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침대 옆 자명종을 힘겹게 누르고 창문 밖 하늘을 게슴츠레 쳐다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 온 뒤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마음도 가뿐하고 상쾌하다. 날씨가 화창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로토닌 덕분이라 한다. 들은 바에 의하면 세로토닌은 사람을 흥분되게 하는 엔도르핀이나 화가 나게 하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시킴으로써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맑은 날 햇살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킨 덕에 나의 아침은 행복하게 출발한다.

다음 하는 일은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것이다. 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알려져 있는 코르티솔이 스멀스멀 분비되는 것 같다. 나라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비례해서 기사나 칼럼들 역시 날카로운 어휘로 배열돼 있다. 학창시절에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수학 문제를 풀던 기억을 더듬어 하루의 컨디션을 간단한 일차함수로 긁적거려 본다. Y=aX+b. 종속변수 Y는 하루의 기분 내지는 컨디션, 독립변수 X는 하루를 알차게 살아보려는 나의 노력, 기울기 a는 ‘그 노력이 어느 정도이면 오늘 하루를 잘 보냈군’ 하고 스스로를 토닥거릴 수 있을지 확인하는 가늠자. 절편 b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주어진 변수로, 오늘의 날씨와 신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기분 혹은 컨디션(Y)을 좋게 하기 위해 나의 노력(X)을 최대한의 기울기(a)로 끌어내보지만 주어진 절편 b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편집국장님들께 부탁을 드려도 될는지. 신문 지면 중 한구석에 촌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정겨운 코너를 만들어 주시면 참 좋을 듯하다. 코너 이름은 ‘칭찬 마당’ ‘웃긴 마당’ 등 아무것이나 좋다. 힘든 지면들을 읽고 지친 독자의 마음이 마지막 면에서 웃음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군만두 서비스라고나 할까? 한 예로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지금 상황에서 60대가 주위의 멋진 30대 청년을 칭찬하고 20대가 그들이 생각하는 ‘꼰대’의 정의를 우리 50대에게 코믹하게 설명해 주는 코너.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생각과 달리 변화나 위기는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소소하다고 생각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따듯하게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가 정정당당하게 나와 있다.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며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보장하고 있다. 국민의 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사회 전 분야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