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가신(家臣) 내각' 시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근 개각을 통해 ‘가신(家臣)’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요직에 전면 배치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19개 장관급 자리 중 17개를 측근으로 채웠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에너지 장관과 국영 석유회사 회장에 이복형과 ‘심복’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가신 내각’ ‘이너서클 내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베 내각은 친한 사람들의 바비큐 파티와 같은 ‘바비큐 내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와 바비큐 파티 중인 모습을 인터넷에 올려 자랑했던 신임 문부과학상은 ‘사학(私學) 스캔들’에 연루된 인사다. 야권은 “국민 부재(不在)의 ‘도모다치(친구) 총(總)복습 내각’”이라고 성토했다.

아베는 예전에도 ‘측근 정치’로 물의를 빚었다. 1차 집권 때인 2006~2007년 심복들로 ‘도모다치 내각’을 꾸렸다가 1년 만에 단명하고 말았다. 측근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요직에 앉힌 뒤로 추문과 망언, 정치자금 문제 등이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파국을 맞았다.

이를 예견했던 언론인 우에스기 다카시는 <관저붕괴>라는 책에서 “아베 정권의 몰락 원인은 측근 정치”라며 무분별한 논공행상 인사, 전문성 결여와 견제 능력 상실, 관료 장악 실패와 편향적인 언론관을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그런 아베가 ‘가신의 유혹’에 다시 빠졌으니 ‘총리가 연주를 계속하려 해도 객석이 텅 비는’ 비극을 또 겪을지 모른다.

권력자는 비슷한 신념의 ‘확증편향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까지 내각에 참여시킨 ‘라이벌들의 팀(team of rivals)’으로 강한 미국을 일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링컨의 전기를 읽고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임명 때마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평이 뒤따랐다. 불법과 부도덕 논란으로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도 장관이 된 경우가 많다. 급기야 신임 법무부 장관 가족과 친인척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10개월 전 5당 원내대표와 만날 때 탕평채(蕩平菜)를 내놓았던 대통령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당시 청와대는 “치우침 없는 조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